[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여야는 올해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떠오른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놓고 연일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나 야당은 국정감사 후반전에 돌입하면서 서로 다른 카드를 쥐고 '고용세습'을 이슈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26일 오전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18.10.26./사진=뉴시스

◆2018 국정감사 최대 이슈, ‘고용세습’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앞서 지난 16일 서울교통공사의 가족 채용 비리 의혹(정규직 전환 1285명 중 108명, 전체 직원 1만7084명 중 1912명)을 처음 제기했다.

이같은 의혹에 지난 1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부터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은 최대 화두로 오르게 됐다.

유 의원은 이날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과정의 특혜 불공정 의혹은 이미 공사의 손을 떠났다. 지금부터 정직만이 답이라는 자세로 자료 제출해달라"고 포문을 열었다.

유 의원은 “구의역 김군 사망 이후 진상 조사를 하고 그다음 무기직 직영화 추진이 시작됐는데 이 과정에서 임직원 친인척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가 작년 국감 때 지적했다”고 언급하며 “그런데 전·현직 임직원 중 친인척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응답이 매번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작년 11월에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와 금년 5월 제출 자료 차이가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에 항의하겠다며 시청 진입을 시도하면서 서울시 국정감사가 파행을 빚기도 했다.

이날을 시작으로 지난 22일에는 국토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서울시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시작부터 총공세를 펼쳤다. 야당 의원들은 서울교통공사와 관련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3월 진행한 가족 재직 현황 조사에 대한 자료 제출을 박 시장에게 요구했다.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최대 이슈는 ‘고용세습’이다.

이에 김성태 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3당 공동명의로 발의하기로 했다.

이들은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으로 촉발된 공공기관 세습 채용비리 의혹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적 공분과 의혹을 해소하고자 야3당 공동명의로 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부 정책을 악용한 불법 사례이기 때문에 전면적인 국정조사 등 검증을 통해 정책의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인식을 (야3당이)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가운데), 바른미래당 김관영(오른쪽),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22./사진=뉴시스

◆야당, '고용세습' 두고 서로 다른 속내

야당은 국감에서 연일 고용세습 채용비리 문제를 두고 정부·여당에 집중 공세를 펼치지만, 사실상 각 당이 지닌 속내는 다르다.

이번 고용세습에 가장 집중중인 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부실한 정규직전환 정책을 검증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반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강원랜드 고용비리에 대해서는 최대한 주목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는 2012~2013년에 채용된 직원의 95% 이상이 인사 청탁 등에 연루된 사건으로 225명의 채용이 취소 된 것으로,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 당 소속 현직 의원이 이에 연루돼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국정조사 요구서 발의에 동참하지 않았던 정의당의 "강원랜드 조사를 포함한다면 동참하겠다"는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23일 정의당 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 역시 "국조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도 함께 조사하자"고 의견을 냈다. 이에 국조 요구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당은 난색을 표하며 "물타기"라고 정색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뜬금없이 강원랜드 지역민채용 국정조사를 들고 나온 데 대해 과연 정의당이 국조를 제대로 하겠다는 것인지 물타기를 하겠다는 건지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의당은 지난번 드루킹 특검에서도 뜬금없이 강원랜드 특검을 들고 나오더니, 채용세습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자는 마당에 이번에도 성격과 내용이 엉뚱한 강원랜드 채용의혹을 들고 나온 이유가 무엇인가”라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정의당 간판 달고 정의당 답지 않게 그런 짓 하지 말라”고 일침하고는 “그러려면 민주당과 다시 상의하고 오라”고 비꼬았다.

청년실업 해소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정의당이 ‘강원랜드’라는 터닝포인트를 안겨주면서, 야3당의 국정조사 촉구 방향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정의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 교체를 외친 바 있다. 이에 ‘강원랜드’라는 카드로써 한국당에 타격을 입힘은 물론 보수야당들의 기조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 역시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노선을 주장하는 만큼 한국당 정권시절이든 민주당 정권 시절이든 기득권 세력과 노동조합과의 결탁이 밝혀진다면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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