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프로배구단 경기 이기면 수당지급, 패배 시 기부금 징수

‘2015-2016 NH농협 V-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OK저축은행 선수들이 구단, 협회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OK저축은행이 소속 프로배구단의 경기 결과에 따라 수당과 기부를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좋은 취지의 제도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자율적 참여가 아닌 배구단과 관계없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제도라는 점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러시앤캐시 베스피드’라는 이름으로 프로배구단을 창단한 OK저축은행은 팀이 이기면 10만원의 승리 수당을 지급하고 패배하면 회사 장학회로 3만원의 기부금을 징수하고 있다.

승리 수당은 경기 다음날 직원 개인계좌로 지급되고 질 경우에는 기부금을 매달 적립해 월급에서 원천징수 된다.

OK저축은행 배구단의 시즌별 성적은 11승 19패(2013-14시즌) 30승 11패(14-15시즌), 28승 14패(15-16시즌)으로 나쁘지 않았다. 특히 2014-2015시즌과 2015-2016시즌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승률이 좋았다.

회사에서 규정한 수당에 따라 직원들은 첫해 53만원,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시즌에는 각각 267만원, 238만원의 수당을 지급받았다.

문제는 2016-2017시즌부터 OK저축은행의 성적이 나빠지면서부터 시작됐다. OK저축은행은 2016-2017시즌 7승 29패를 기록해 최하위 순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7-2018시즌도 10승 26패를 기록해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최저 승률을 기록한 2016-2017시즌에 직원들은 70만원의 수당을 받고 기부금으로 78만원이 공제됐다. 배구단의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직원들의 월급에서 공제되는 기부금이 승리 수당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이 되는 것이다.

통상 프로배구팀은 한 달에 6~7번 정도 경기를 치른다. 만약 전 경기를 이긴다면 한 달에 최대 7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전패를 한다면 월급에서 최대 21만 원이 공제되는 셈이다.

OK저축은행은 직원들이 배구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하고, 보너스를 지급하는 좋은 의미에서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놓고 전액 지급되어야 할 급여가 본인 의사와 관계없는 배구단 성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수당 지급과 기부금 공제에 대해 직원들의 동의서를 받았고, 원천징수한 기부금도 회사 장학재단을 통해 좋은 일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리 수당 보다 기부금이 많을 시에는 승리 수당 조정을 통해 직원들이 급여에서 손해를 보는 일은 없게 하고 있다”면서 “지난 두 시즌동안 배구팀 성적이 좋지 않아 수당이 적어지다 보니 불만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3일 개막한 2018-19시즌 프로배구에서 OK저축은행은 30일 현재 3승 1패를 기록 중이며, 이에 따라 직원들은 30만원의 수당을 지급받고 3만원의 기부금을 적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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