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대법원은 종교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018.11.01./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 입장을 견지해 온 대법원이 14년만에 '무죄' 취지로 판례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체복무제가 마련되기 전까지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감옥에 가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앞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화와의증인 신도 오모(34) 씨는 지난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 입영 통지서를 받았으나, 입영일인 2013년 9월 24일로부터 사흘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증인 신도 오모(34)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이에 따라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4년 3개월 만에 뒤집혔다.

대법관 의견은 9대 4로 갈렸다. 대법관 다수는 "병역 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며 "그런 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88조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상옥 대법관 등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한다"며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면서 10월 31일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227건 모두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전에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구제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급효가 없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첫 의견은 2004년 내려졌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교적·양심적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 1968년의 첫 유죄 판례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일괄적으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당사자인 오 씨(34)씨는 "모든 판결이 전향적으로 나오길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오씨는 이날 오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의 용감한 판결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국민들의 높은 수준과 관용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나 세월 동안 저와 함께 법원 문을 두드려온 이들이 있어 이런 판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대체복무 도입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병역기피의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성실히 (대체)복무를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