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 출신 언론인 실종 또는 피살사건과 관련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해 기자들과 인터뷰에 하고 있다. 2018.10.17./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북한 비핵화와 2차 북미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북미 고위급회담이 내주 열린다고 발표 돼, ‘빅딜’과 2차 북미회담의 가속화 전망이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미 라디오 진행자인 로라 잉그레이엄과 한 인터뷰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이 다음 주에 개최됨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국제기구 사찰과 관련한 질문에 "그것은 내 카운터파트와 다음주쯤 논의할 사항 중 하나"라고 말하며 내주에 자신의 북한 측 상대방과 만나 풍계리 핵실험장 등 시설에 대한 사찰 문제를 다룰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즉 북미 고위급 회담의 개최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미고위급 회담은 11·6 중간선거 직후인 내주 후반 9일께 북한의 유엔 대표부가 상주하고 있는 뉴욕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가 어떤 인물과 회담을 가질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가 없으나, 지난 5월과 동일하게 김 부위원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할 예정이기 때문에 북측 인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면담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우선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어느 정도 큰 범위에서 합의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너무 늦기 전에 함께하게 할 의향이 있다"며 "내년 초 거기(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위협 제거에 있어 엄청난 돌파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김 위원장은 비핵화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고, 우리는 그 약속이 철저히 이행되도록 도울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비핵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초기 실행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빅딜 논의'가 합의 돼야 2차 북미회담도 개최될 수 있다. 즉 종전선언과 북한의 핵 시설 신고 빅딜이 협상이 얼마나 입장을 좁힐 지가 관건.

당초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대해 회의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내년으로 미뤄지는 분위기임에도 미국, 북한, 한국 세 당사자는 의외로 여유로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눈여겨 볼 점은 북미협상의 중심이 ‘비핵화’서 ‘경제제재 완화’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즉 ‘비핵화 방안’으로 북미가 긴장감을 갖는다기보다는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두고 한미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

사실상 이는 북미가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의 틀을 합의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특히나 지난 7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후 북미 비핵화협상은 ‘핵 신고’ 단계를 두고 교착국면에 빠진 바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이은 10월 7일 폼페이오 장관 방북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가시화된 것은 이 문제를 푸는 방식에 대한 북미 상호간의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2018.11.01./사진=조선중앙TV 캡처

또한 북미 고위급 회담 소식과 맞물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오랜 잠행을 깨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을 드러낸 지 19일 만에 삼지연군 건설현장 현지지도 사실이 노동신문에 실린 것. 백두산이 위치한 삼지연군은 혁명성지로 김 위원장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방문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오간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시기가 북미 고위급 회담이 잠정적으로 결정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잇따른 외교전에 협상 전략 설정을 마친 것 아니냐고 풀이하고 있다.

한편 외교부는 다음주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가 공식화된 것과 관련 1일 "이번 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촉진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득환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과 관련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하에서 제반 사항을 협조해 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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