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 스폰서 유력후보로 거론…복수 기업 관심 상승

경제부 고병훈 기자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지난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끝으로 넥센 히어로즈의 2018 시즌이 끝이 났다. 어쩌면 ‘넥센’이라는 이름을 달고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를 이 경기에서 넥센 선수들은 눈부신 투혼을 발휘해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로 기록될 이 경기에서 넥센은 10-11로 패하면서 지난 2014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문턱에서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결과는 패배이지만 영웅 군단은 찬사를 받기에 손색없었다.

시리즈 전적 2패 열세를 원점으로 돌린 투혼, 5차전 4-9 승부를 9회 2아웃 이후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동점으로 만든 근성은 감동 그 자체였다. 특히 시리즈 내내 부진하던 팀의 간판스타 4번 타자 박병호의 9회초 동점 홈런은 히어로즈의 밝은 미래와 새로운 시작을 동시에 알리는 축포와 같았다.

‘졌지만 잘 싸운’ 히어로즈의 시즌은 끝이 났고, 이제 히어로즈는 비시즌 동안 구단 최대 과제인 ‘네이밍 스폰서’ 찾기에 나선다.

2008년 우리담배와 첫 스폰서 계약을 맺은 히어로즈는 2010년 넥센 타이어를 만나 메인 스폰서로 인연을 맺었다. 이어 올해까지 9년간을 동행했다.

모기업의 막대한 재정 지원이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넥센과 히어로즈의 신뢰는 올해 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장석 대표이사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KBO에서 금지하고 있는 현금 트레이드, 이른바 ‘뒷돈 거래’ 사실이 드러났다. 설상가상 주전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조상우가 성폭행 혐의에 연루돼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히어로즈 구단의 파행적인 운영에 반발한 넥센은 스폰서비 지급을 일시 중단했고, 올해를 끝으로 재계약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각종 악재로 시즌을 시작한 히어로즈는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눈부신 투혼으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 히어로즈의 시즌이 끝나자 메인 스폰서 자리를 놓고 기업 간 경쟁이 뜨거워 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메인 스폰서 기업으로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까지 노리고 있는 키움증권은 프로야구단 메인스폰서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키움’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야구를 활용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키움증권은 서울 잠실구장, 고척구장, 부산 사직구장, 광주구장, 대구구장 등에서 옥외 광고를 진행하며 많은 홍보 효과를 누렸고, 2015년에는 창원 마산구장 전광판 상단에 대형 발광 간판을 세워 큰 호응을 얻는 등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이미 누린 바 있다.

히어로즈와 넥센과의 오랜 동행이 끝나자 키움증권 외에도 복수의 기업이 손을 뻗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당초 재계약에 부정적이었던 넥센 타이어의 입장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즌 초중반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히어로즈가 보여준 투혼과 열정은 그만큼 대단했다.

지난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넥센 박병호가 9회 동점 투런 홈런을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기에 히어로즈는 ‘19세 듀오’ 이승호, 안우진을 비롯해 이정후(20), 김혜성(20), 최원태(21), 주효상(21), 송성문(22), 김하성(23), 임병욱(23) 등 넥센의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보유했다. 또한 프로야구 최초로 홈런왕 타이틀을 4년 연속 차지한 최고 스타 박병호(32)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복귀 후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제 선택권은 히어로즈에게 넘어왔다. 그간 프로야구단 진출에 관심을 보인 여러 기업들을 비롯해, 끝이 좋진 않았지만 히어로즈와의 오랜 인연을 자랑하는 넥센타이어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것은 역시 키움증권이다.

히어로즈의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 키움증권 관계자는 “계약금액과 계약기간 등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넥센 히어로즈가 현재 준플레이오프 기간 중이라 시즌이 끝나면 계약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 역시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썬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남은 시즌을 우선 잘 마무리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의 적극적인 구애에 화답이라도 하듯 히어로즈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최고의 경기력를 선보이며 시즌을 마감했다. 과연 내년 시즌부터 ‘키움’이라는 이름을 단 유니폼을 입고 뛰는 영웅군단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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