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옛말에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말이 있다. 개와 원숭이 간의 사이라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사이가 나쁜 관계를 말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치킨업계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BBQ와 bhc의 법정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한 때 한솥밥을 먹던 관계가 골이 깊은 원수관계로 바꼈다. 

BBQ는 15일 bhc와 박현종 회장을 상대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1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날 BBQ 관계자는 "bhc가 우리 정보통신망에 몰래 들어와 영업비밀 자료를 빼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서버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한 결과 상당한 양의 자료가 나간 것으로 확인했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른 자체 피해 산정액은 7000억원인데, 우선 1000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라며 "앞으로 추가로 소를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송 기한에 대해서도 무제한이라는 뜻을 밝힐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양상이다. BBQ 관계자는 "민사소송 관련 사건이므로 소송 기간 등은 길어질 것으로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bhc 역시 이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발끈했다.

BBQ가 이미 지난해 7월 같은 사안으로 전·현직 임직원을 고소했지만, 수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 무혐의와 불기소 처분이 잇따라 나왔다는 점에서 bhc 측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이다. 

bhc 관계자는 "이미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와 불기소 처분이 나온 사안"이라며 "허위 주장으로 대응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BQ와 bhc는 2013년까지 한 지붕 아래였으나 bhc가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졌다. 

매각업무를 주도했던 박현종 당시 BBQ 글로벌 대표가 bhc 회장으로 취임한 데 대해 윤홍근 BBQ 회장이 격노하면서 2014년부터 법정 다툼이 이어져온 것이다.

BBQ는 박현종 회장이 헐값에 bhc를 팔아넘겼다며 지난해 11월 고소했고, bhc는 상품공급 계약을 해지해 손해를 입었다며 BBQ를 상대로 맞소송을 걸었다.

이후에도 티격태격 거리다가 결국 다시 1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오게 된 셈이다. 

문제는 이번 소송으로 인해 두 기업의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물론 국내 치킨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치느님'을 둘러싼 양측의 법정공방이 결국 자기 살을 깎아 먹는 짓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프랜차이즈 기업의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어느 측에도 이익이 될 거 없는 치킨싸움으로 브랜드 가치 하락은 불 보듯 뻔한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측이 워낙 완고해서 당분간 이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승자없는 싸움에 이들을 지켜보는 시선이 따갑다. 당장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품질하고 가격부터 개선해라!!!","가격으로 승부해라","닭 팔아서 상당한 부를 축적하셨네!!!어이구...둘다 쫄딱 망해라" 등의 분노의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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