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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제원 작가, “작가들의 창작환경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길”<제페토> <흐드러지다> 등 인기 웹툰작가 겸 한국웹툰작가협회장 연제원
웹툰 ‘제페토(좌)’, ‘흐드러지다’ <사진=연제원 작가>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낯설게만 느껴졌던 웹툰이 우리 일상 속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이 연이어 성공을 거두면서, 웹툰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친근한 존재가 됐다. 이제 웹툰은 미래를 이끌어갈 콘텐츠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 웹툰 시장은 아직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 특히 급성장한 오늘날 웹툰 시장은 ‘불법복제’라는 적과 맞서 싸우고 있다. 불법복제 문제 및 만화 시장의 발전과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연제원 작가 겸 한국웹툰작가협회 회장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작가님의 어린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긴 했었습니다. 유치원시절 때부터 시작해서 그림 그리는 걸 멈춘 적도 없었고 계속해서 취미로, 낙서로 그림을 그려왔었습니다. 어머니는 감사하게도 제가 만화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 단 한 번도 핀잔을 주시거나 막으신 적도 없었습니다. 아주 엉성하고 초보적인 수준의 만화였지만 초등학교 시절 그렸던 습작원고도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밖에서 공차고 놀거나 할때 전 늘 집에서 만화나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Q. 언제부터 만화 작가의 꿈을 그리게 되었나요?

A. 만화가의 꿈을 가진 건 초등학교 저학년쯤에 드래곤볼을 접한 게 아마도 제일 크지 않았나 싶어요. 그전 까진 만화가라는 직업의 존재를 인지를 못했던 것 같고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니까 화가가 꿈이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드래곤볼을 접하고 만화잡지도 사 모으고 여러 선배 작가님들의 한국 만화까지 보면서 만화에 푹 빠졌었죠.

다만, 95년도에 청보법 사태나 책 대여점 문제 같이 한국만화가 여러 가지로 시장이 안 좋게 흘러가서 시장 자체가 거의 궤멸하게 되는데 이 상황에 제가 20살이 된 2004년까지 나아지지 않았거든요.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됐다 보니 이 당시에 저의 꿈은 만화가보다는 일러스트레이터나 ‘그림을 그려서 돈을 벌수 있는 어떤 일’같이 아주 막연한 형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입대를 하게 되었고 그 사이 한국에 웹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각 포털의 사업모델로 자리 잡기 시작했었죠. 휴가를 나올 때마다 성장하는 웹툰 시장을 보면서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역하자마자 웹툰 작가를 목표로 다음 만화 속 세상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에 투고했고 작은 상을 타게 됐지만 연재 기회까지는 얻지 못해서 네이버 도전만화에 만화를 업로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09년에 네이버 웹툰에 <흐드러지다>로 데뷔했습니다.

Q. 모든 작품들이 다 애착이 가겠지만, 특별히 애착 가는 작품이 있을까요?

A. 진짜 고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저에게는 다 나름 각각의 의미가 있긴 하거든요. 그래도 딱 하나를 고르라면 <제페토>를 고를 것 같습니다. 처음 웹툰 작가를 지망하고 아마추어로서 작품 준비를 했을 때 준비한 첫 작품이거든요. 데뷔는 <흐드러지다>라는 사극으로 했지만 원래는 <제페토>를 제 데뷔작으로 하려고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 당장 데뷔하기엔 힘들어 보이는 요소들이 있었고 너무 긴 장편 극화다보니 제가 소화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흐드러지다>를 먼저 연재했고 완결하고 난 뒤에 <제페토>를 연재하는 건 제 안에선 이미 굳어진 결심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네이버에서 <제페토>를 연재 할 수 있게 되었고 3년에 걸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제페토>를 연재하면서 많은 등장인물들이 긴 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은 무엇인지 앞으로 작가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 제가 해결해야할 과제들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의 만화라서 애착이 갑니다.

Q. 예술가들은 흔히 ‘창작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하곤 하는데, 작가님께서는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창작의 고통은 작가들이 느끼는 많은 스트레스 중에 하나 일 텐데 저는 그냥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작가가 특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수많은 생계를 위한 수단중 하나일 뿐이고 다행히 제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이 능력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에게 창작의 고통은 많은 노동자들이 회사에 출근하거나 업무에 치이거나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비슷한 고통입니다. 창작자가 가지는 창작의 고통이 특별하거나 더 힘들다, 덜 힘들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돈을 벌기위해 생계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는 업무 스트레스. 딱 그 정도 느낌입니다.

고통스러울 수 있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건 작가가 부족하거나 못나서가 아닐 겁니다.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작가 생활도 건강하게 더 오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Q. 일이 막히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떤 방식으로 푸는지 궁금합니다.

A. 주로 말하면서 푸는 타입입니다. 친한 동료 작가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수다 떨다보면 많이 해소됩니다. 게임도 좋아해서 게임하면서 풀 때도 많습니다. 웹툰 작가인 저에게 스토리텔링이 포함된 게임은 많은 영감을 줍니다. 영화나 드라마, 만화 많은 스토리텔링 컨텐츠가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재미를 준다고 봤을 때 게임이야 말로 이 분야에서 제일 뛰어난 몰입도를 선사해주는 스토리텔링 컨텐츠가 아닐까 싶습니다. 직접 조작을 하면서 스토리를 즐기는 몰입감은 읽거나 보는 것 이상의 감정 이입을 만들어낼 때가 있습니다.

Q. 한국웹툰작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회장직을 맡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카툰부머라고 웹툰 작가들의 비공개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10년도 넘은 카페인데요 처음엔 웹툰 작가를 지망하는 아마추어 집단에서 출발해서 지금은 대부분 데뷔한 현역 프로 작가들도 가입되어 있습니다. 당시엔 웹툰을 둘러싸고 이슈가 끊이질 않던 시절이었고 그 논의의 중심이 카툰부머였습니다.

다만 인터넷 카페의 한계는 명백했고 이야기의 진전과 마무리를 위해선 체계화된 조직의 힘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5년전에 한국만화가협회 이사직을 맡아서 수행했고, 1년 전쯤 한국웹툰작가협회를 따로 설립하였는데 초대 회장직을 맡아주셨던 조석 작가님이 그만두게 되셨고 최근 사단법인 인가가 나면서 이사회 의결을 통해 제가 협회장이 되었습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윤태호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웹툰 무단 도용 불법사이트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Q. 최근 ‘밤토끼 사태’ 등 불법복제로 인해 업계가 큰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A. 이 문제로 피해를 본 작가들이 정말 적지 않습니다. 작가들이 주1회 마감을 하는 스케쥴은 말 그대로 살인적입니다. 연재 중엔 거의 쉬지도 못하고 모든 시간을 작품에 할애합니다. 그런 스케쥴을 견뎌내면서 만들어낸 자식 같은 작품을 훔쳐서 부당이득을 챙긴 명백한 범죄입니다. 부산경찰청의 노력으로 밤토끼 운영자를 검거했지만 비슷한 유사사이트들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습니다. 만화계 협단체들은 이를 최대한 빨리 막기 위한 저작권 법 개정의 요구를 국회에 하고 있습니다.

Q. 협회장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데, 그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사실 협회장을 비롯해서 만화계 이슈라는 게 작품 활동과 병행하기엔 굉장히 버거운 일입니다. 연재 스케쥴만 해도 감당이 안 되는 와중에 아무런 대가 없이 많은 회의에 나서서 만화계를 대변하고 대표해서 목소리를 내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만화계의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가 꾸준하게 대표성을 가지고 내주지 않으면 누가 대신 나서서 변화를 만들어주진 않으니까요.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버티듯이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변화를 바라지는 않습니다만 작가들의 창작환경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게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Q. 만화 시장을 위해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정말 이슈가 끊임없이 계속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는 난제들도 많지만 현재 제일 집중하고 있는 이슈는 역시 불법복제 문제입니다.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서 작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불법복제로 부당이득을 챙긴 이들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합니다.

Q. 작가님의 특강에 감명 깊은 후기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나 해줄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강의나 특강을 처음에 했을 땐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었는데 요즘엔 잘 안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서워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면을 빌어 한마디를 한다면 자기 작품에 한 발짝만 물러나서 작품을 살펴보는 시선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품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자기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다보니까 자기 자신과 분리가 잘 안되더라고요. 저 역시 여전히 그렇다고 느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저와 잠시 떼어놓고 한 발짝 떨어져서 제 만화를 보려고 애씁니다. 내 만화가 누구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마디로 독자에 대한 고민이죠. 내 만화를 봐주는 독자가 없으면 만화가로서 삶을 지속할 수도 없으니까요.

Q. 향후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A. 가끔 댓글에 믿고 보는 작가라는 칭찬을 해주실 때가 있는데 그 말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저 말에 큰 힘을 얻기도 하고요. 믿고 보는 작가가 되는 길은 아직 한참 멀었지만 저 지점을 향해 가고 싶습니다. 믿고 봐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저 역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그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바로 옆에 일본이라는 막강한 만화 강국이 있고, 크고 작은 많은 위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만화가 여전히 자국 만화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에 기적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많은 작가님들의 끝없는 창작과 독자님들의 애정 어린 관심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으로 한국 만화 시장이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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