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이 최우선…정부, 무책임한 행동에 반성해야”

환경보건시민센터 이성진 국장. / 사진=최은경 기자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미세먼지가 가득한 요즘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일명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라돈이 검출된 모나자이트 소재 제품의 제조자와 제품명을 모두 공개한 시민단체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성진 국장을 중심으로 한 환경보건시민센터 얘기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방사선 라돈 측정 캠페인을 열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일한 태도와 ‘모순덩어리’ 대안에 쓴 소리를 냈다. 

현재 환경보건시민센터를 포함한 환경 단체들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1급 발암물질’ 라돈이 생활현장 이곳저곳에서 검출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그때마다 제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라돈 대책 요구에 대해선 회피하고 있는 상태. 이들 기업은 측정방법이 상황마다 달리 적용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의 라돈 공포는 확산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선 측정방법을 일원화함과 동시에 정부의 보다 진정성 있는 전향적 자세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월요신문 취재진은 환경보건시민센터 이성진 국장을 만나 ‘논란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문제점과 우리 생활과 밀접히 연결된 라돈 제품에 대한 전반적 영향 등에 대한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부, 신속한 대처 요구”

우리사회의 라돈 공포의 시발점인 이른바 ‘대진침대 라돈 사태’가 터지자 당시 원안위는 서둘러 입장을 내며 국민의 건강과 필요에 따른 조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원안위는 당시 결과적으로 실패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결국 관련 소비자는 ‘멘붕’에 빠졌으며 여론은 들끓었다. 이어 추가적으로 라돈이 검출된 생활제품들의 문제는 전국 곳곳에서 속속 드러났다. 

이와 관련, ‘원안위 평가기준 불신’을 단언한 이 국장은 이번 3일 간 열리는 릴레이 캠페인에 대해 “그간 원안위가 내놓은 입장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마련하기 위한 5~6개월가량의 과정을 거쳐 다시 거리에 나섰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라돈이 검출되는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제품의 제조자와 제품명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라돈 사태에 대해 언론과 시민단체가 각자 맡은 자리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해도 사태의 심각성을 여전히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나서 국민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방사능 우려 제품의 경우 정부가 안전성을 직접 확인할 때까지 소비자 사용을 멈추게 하고 나아가 제품 구매를 아예 못 하게 해야 한다"고 정부 역할론을 강조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이미 높은 수치의 라돈이검출됐으나 여전히시중에판매중인 메모리폼 베개와 라텍스 매트리스 전기매트 등의 제품을 모아 공개했다. / 사진=최은경 기자

실제 이들은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이미 높은 수치의 라돈이 검출됐으나 여전히 시중에 판매 중인 메모리폼 베개와 라텍스 매트리스, 전기매트 등의 제품을 모아 공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정 결과, 문제가 됐던 대진침대는 기준치의 40배, 제품명이 공개되지 않은 국산 메모리폼 베개와 라텍스 매트리스, 전기매트에서 기준치의 각각 25배와 10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국장은 최근 원안위가 ‘착용 부분에서 50cm 떨어져 측정한다’는 기준에 따라 실시한 라돈 측정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앞서 라돈 검출 논란을 빚은 ‘오늘습관’ 생리대와 여성용 기능성 속옷라이너 ‘미카누’ 등에 대해 원안위는 이 측정기준을 적용했고 ‘안전기준 적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 국장은 원안위의 이른바 ‘50cm’ 측정기준에 대해 “어처구니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당 제품을 착용한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제품과 아이의 호흡기의 거리는 50㎝ 이하일 수도 있다”며 “다시 말해 생리대를 착용하는 부위의 간격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밀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제품으로부터 50cm 떨어진 곳에서 안전성을 측정하고 있는 원안위의 측정방식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게 이 국장 주장이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 2일 ‘생활방사선안전센터’를 발족하고 생활방사선 의심제품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생활방사선안전센터’는 관련 전화상담과 온라인접수를 통해 제품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이 국장은 “원안위는 현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방사선 라돈에 피폭되고 특히 어린 아이들에겐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데도 현재 접수나 받고 12월경에나 조사에 들어가겠다는 느긋한 발표만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한 앞서 예산 117억 원을 들여 라돈 방출 우려가 있는 라텍스 제품을 조사하겠다는 계획도 알렸지만 이 국장은 “정치적으로 급조된 정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일부 언론에서도 ‘졸속행정’이란 비판이 동시에 제기된 상태다.

이 국장은 “대체 정부가 주장하는 예산 편성기준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그 규모의 예산이라면 다른 방향으로 사태 해결에 근본적이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음에도 이런 움직임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논란이 된 제품을 만든 업체들은 선제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주길 바란다”며 “홈페이지에 자발적 리콜 조치를 알리든지 해서 국민 비난이 일기 전에 미리 나선다면 최소한 회사 명예는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이 소속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향후 원안위의 라돈 대응 움직임에 감시를 늦추지 않을 것이며, 이를 통해 라돈 사안의 근본적 문제 해소와 국민 건강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