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은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2018.08.12./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원하는 이유는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정적인 발언을 한 가운데,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최근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비밀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미 간 가장 큰 쟁점인 대북제재와 비핵화의 합의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北이 약속 안 지켜 2차 북미회담 원해"...北美 '극비 회동' 가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원하는 이유는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고경영자(CEO) 카운슬'에서 참석, “그들(북한)은 아직 약속에 부응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CNN 방송과 NK뉴스 등이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정상회담이 생산적일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북한이 이때까지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그때까지는 북한에 대한 엄중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판문점에서 북미간의 '막후' 대화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4일 드러났다.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물밑접촉을 해왔던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북측 협상단과 만난 뒤 4일 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은 실무ㆍ고위급 회담이 이뤄져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현재 한국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두 장관의 회담이 성사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비핵화 협상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소강상태가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협상에서 과연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비핵화·김정은 연내답방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뒤 귀국하는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1월이나 2월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3곳을 검토 중"이라며 "일정 시점(at some point)에 김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하겠다"고도 말했다.  

내년 초 2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장소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북미가 물밑 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마련해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언급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역시나 비핵화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라마포사 대통령을 만나 “남아공은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한 경험이 있는 만큼 비핵화 과정에 있는 북한에게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아공 모델'은 이후 뉴질랜드로 향하는 기내 기자 간담회에서도 한차례 더 언급됐다.   

1967년부터 핵 개발을 시작해 핵탄두 6기와 실전용 핵무기 1기를 보유하고 있던 남아공은 이를 폐기했고, 100차례가 넘는 핵사찰을 수용했다. 

주목되는 점은 스스로 만든 핵무기를 스스로 폐기했다는 점 뿐만이 아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등을 북한이 스스로 폐기 조치를 한 뒤 참관단 또는 검증단을 초청하고 있는 것은 과거 남아공 폐기 과정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북한 비핵와 관련 '남아프리아공화국 모델'을 두 차례나 언급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과 교감 하에 이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미 간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이 이뤄지기 전에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지면 혹시라도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으로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이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북측에 18~20일 2박 3일 일정으로 김 위원장의 답방을 제안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오는 17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7주기인 만큼,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이뤄진다면 18~20일 사이가 유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역시 이날 “18~20일 답방 제안은 사실이 아니다”며 “대통령 언급하신대로 시기는 연내든 연초든 열려있고 북측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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