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왼쪽)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8.12.06./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법원이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 박병대(61)·고영한(63)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7일 오전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되어 있는 점,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현단계에서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고 전 대법관의 기각사유에 대해 “이 사건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말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 기각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라며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급자인 임종헌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직근 상급자들인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은 재판 독립을 훼손한 반(反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을 구속한 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수사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앞서 두 전직 대법관은 재판 개입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차장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 ▲상고법원 등 사법행정 반대 법관 및 변호사단체 부당 사찰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혐의도 포함된다.

검찰 조사 당시 박 전 대법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고 전 대법관은 일부 혐의에 대해 인정하되 다른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한편 법원의 구속 기각 결정에 비판 여론이 거세다.

한 네티즌(sdh0****)은 “기대도 안했다”며 “증거가 명백해도 처벌 필요성이 없다니”라고 댓글을 남겼다.

또 아이디 ‘jjlo****’ 이용자님은 “사법부는 썩었다. 개혁이 시급하다”며 “매번 제 식구 감싸기 식. 법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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