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은 ‘외면’으로 일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거대양당 야합 규탄대회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18.12.07./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단식을 이틀 째 벌이고 있는 가운데, 거대 양당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6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합의했다. 이에 군소 정당을 단식 농성에까지 이르게 한 ‘뜨거운 감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與 외면 vs 野 단식 투쟁...곪아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민주당과 한국당은 전날인 6일 470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합의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야 3당을 철저히 배제했다.

이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7일 오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거대 양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촉구했다.

특히나 이틀째 단식 농성에 돌입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제 나이가 70이 넘었다. 정말 단식하기 싫다”면서도 “그러나 이제 제 목숨을 바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사활을 걸었다.

손 대표는 “어떻게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민주당 정권이 어떻게 촛불혁명으로 망한 한국당과 야합해 우리나라 미래를 건질 연동형 비례제를 거부한다는 말이냐”고 비난하며 “이 나라 민주주의를 제대로 자리 잡고, 촛불 혁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고 의회민주주의의 중심을 잡는 연동형 비례제를 거부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손 대표는 “많은 분이 제 건강을 걱정한다. 정말 고맙다. 그러나 제 목숨을 바치겠다고 나선 단식, 그대로 가겠다”며 “물만 마시고 필요하면 소금 한 줌 손가락에 찍어 먹고 견디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제도의 개혁이 없었다. 제도 개혁 없는 정권교체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계속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걷어내고 참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 의회 권한을 주어야 한다. 연동형 비례제가 바로 그 시작이다”고 주장했다.

야 3당은 협상문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칙으로 하고 비례의석을 확대 ▲의원정수와 지역구 선출 방식 등에 대해서는 정개특위에 위임 ▲석패율제 등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을 연장 등 총 5개 항목을 내걸었다.

반면 이에 대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손 대표가 단식 선언을 한 것에 대해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충심을 다해 만류하고 싶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도 “선거법과 연계하고자 했던 예산안은 오늘 처리되지만, 선거구제 개편은 여야가 충분한 논의를 지속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후임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다”며 “선거구제 개편은 새로 선출될 후임 원내대표가 판단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책임을 회피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이정미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점은 안타깝다"며 "이제부터라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논의를 빨리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을 따로 보는 것으로, 결국 야 3당이 요구하는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 연계'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야 3당이 사활을 건 '연동형 비레대표제' 무엇?

이같이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를 맞추는 제도다. 즉 정당득표율로 당의 전체 의석수를 우선 정하고, 전체 의석 수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제외한 나머지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우는 제도이다.

현재 선거법에 따르면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당선자가 아닌 후보에게 던진 유권자의 표는 무의미한 사(死)표로 처리된다.

실제 지난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은 합쳐서 60% 미만이었지만, 실제로 차지한 의석은 전체 80% 이상이었다.

결국 현 선거제도는 거대양당이 과반수를 간신히 넘긴 득표율에도, 의회 의석의 절대다수를 점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는 군소정당 입장에선 불합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결국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를 연계시켜, 정당득표율 만큼 의석을 주는 제도다.

가령 10%의 지지율을 얻은 A정당이 지역구에서는 단 한 명만 당선됐다고 가정할 때, 국회 의석 10%를 채울 때까지 나머지 29명을 비례대표로 뽑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 의석 구성상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두 거대 양당이 이 제도를 수용하지 않으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현될 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거대 정당의 의석 수는 줄어든다. 이는 곧 군소 정당의 의석수의 증가로 이어진다.

때문에 거대양당을 상대로 당장 존폐여부를 목전에 둔 야 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혁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연계했다.

한편 민주당과 한국당은 야 3당과의 원만한 예산안 합의 처리를 위해 선거법을 마지막까지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확실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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