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 벌금형…‘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격 사유 해당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카카오의 증권·금융업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벌금형을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희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결정했다. 약식명령은 혐의가 무겁지 않은 사건에서 공판 없이 벌금·과료 등을 내리는 절차다.

공정거래법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회사가 주주의 주식 소유 현황, 재무상황, 채무보증 현황 등을 공정위에 투명하게 신고하도록 한다. ‘일감 몰아주기’ 등 대주주 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다. 이를 어길 경우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 의장은 지난 2016년 계열사 5개를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날 신세계 이명희 회장을 비롯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에게도 벌금형이 내려졌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상 ‘금융회사의 대주주는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조세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선고받은 경력이 없어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한 대주주에 대해 증권·금융업 진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김범수 의장이 검찰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최종 선고받게 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잣대 중 하나다.

앞서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한 주식·펀드·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상품 거래 및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카카오페이가 인수한 바로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설립 후 지난해 매출 573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기록한 중소형 증권사다. 기업금융에 특화돼 있으며 다양한 금융 상품의 판매 및 중개·금융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안에 대주주 적격 심사 관련 사전 검토를 마치고 증권업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처분으로 모든 사업에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면 적격성 심사에서 명백한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면서 “법원의 판결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심사를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 관계자는 “당시 계열사 5곳의 신고가 누락된 것은 담당자의 단순 과실이었다”면서 “공정위에서도 단순과실로 판단해 경고조치로 끝난 사건인 만큼 정식 재판에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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