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명진 기자] 라면에서 음료, 패스트푸드 등 서민들이 자주 찾는 식품들의 연이은 물가 상승 행진에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소위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넘겨버린 후폭풍이 원자재 가격 부담·최저임금 인상까지 맞물리며 거세지고 있다. 내년 초 또다시 최저임금 인상을 앞둔 만큼 관련 논란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연례행사처럼 이뤄지고 있는 이물질 논란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가격 인상부터 이물질 논란까지 다사다난했던 식품업계의 1년을 뒤돌아본다.

사진=뉴시스.

올 한 해 식품업계를 강타한 최대 화두는 단연 가격인상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6470원에서 올해 7530원으로 인상되며 식음료·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은 줄을 이었다.

먼저 CJ제일제당은 쌀값 인상분을 반영해 지난 3월 즉석밥 햇반을 비롯해 캔햄(스팸), 냉동만두(비비고왕교자), 어묵(삼호어묵) 등 4개 품목 54개 제품 가격을 평균 6~9% 인상했다. 동원F&B도 4월부터 5월까지 바른어묵 등 어묵 7종의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고, 캔햄인 리챔과 개성 왕만두도 각각 7.3%·7%씩 판매가격을 올렸다.

제과업계 역시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4월 빼빼로·목캔디 등 가격을 25%, 14.3%씩 각각 인상했다. 주력 제품인 초코빼빼로의 경우 권장가가 300원 올랐으며 중량도 기존 46g에서 54g으로, 중량당 가격이 6.5% 인상된 셈이다. 또한 목캔디는 케이스(갑)형 제품이 14.3% 인상된 데 반해 원통형 제품은 가격 변동 없이 기존 148g 제품은 137g으로, 274g제품은 243g으로 축소해 중량당 가격이 8.0~12.8% 인상됐다.

해태제과도 예외는 아니다. 해태제과는 지난 4월 오예스·맛동산 등 5개 제품의 가격·중량당 가격을 평균 12.7%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오예스는 평균 17%, 맛동산은 가격·중량을 함께 조정해 12.9% 인상됐다. 아울러 웨하스·오사쯔는 각각 12.5%·8.3%, 미니자유시간은 9.5% 올랐다. 또한 크라운제과는 국희샌드·죠리퐁 등 8개 제품가를 평균 12.4% 인상한 바 있다.

농심 역시 스낵류 19개 스낵류의 출고가를 평균 6.7% 인상하는 가격안을 단행했다. 농심의 이번 가격 인상을 두고 일각에선 가격인상 분위기 편승으로 인한 과도한 가격책정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들 모두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원재료 가격·인건비 상승 등을 지목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가격 인상의 시초는 ‘원유’다. 지난 8월 낙농진흥회가 유가공업체들이 낙농가로부터 구매하는 원유가격을 기존 대비 4원 인상한 리터당 926원으로 결정하며 우유를 사용하는 제품들의 가격 인상이 예고된 바 있다.

이에 서울우유가 지난 8월 우유업계에선 가장 먼저 가격인상에 나서며 흰우유 1리터 가격을 기존 가격 대비 3.6% 인상했다. 서울우유에 이어 남양유업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0월 우유 가격을 평균 4.5% 인상했다. 이로 인해 대표 제품인 맛있는 우유 GT 200ml는 33원, 500ml는 50원으로 각각 가격이 올랐다. 이밖에도 빙그레는 내년 초부터 바나나맛우유를 포함, 단지 용기 가공유 전 제품의 가격을 7.7% 인상키로 했고 삼양식품도 삼양우유 가격을 3.9% 인상했다. 아울러 매일유업의 냉장 컵커피 제품인 ‘바리스타룰스’ 역시 5.3% 올랐다.

때문에 우유를 납품받는 커피·제빵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덩달아 가격 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들 모두 우유값 인상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진 않았지만 유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가격 인상 여파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흰 우유 포함 8종의 우유 제품가를 10%이상 인상했다. 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오리지널 도넛 12개 가격을 1000원 인상된 1만3000원에 판매한다. 이번 가격 인상은 3년 만에 이뤄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이달 초부터 이디야커피 가격도 인상됐다. 커피업계 가맹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디야커피는 일부 음료 가격을 최대 15% 인상했다.

라면·생수 등의 제품가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팔도는 이달부터 대표 컵라면 제품인 ‘왕뚜껑’의 소비자 가격을 9.5% 올렸고, 팔도 비빔면은 4.7% 인상했다. 올해 1월 농심 백산수와 지난 9월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 역시 출고가격이 각각 7.8%, 6%씩 인상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햄버거·치킨 등의 먹거리들의 가격 인상도 이어져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우선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인 롯데리아는 햄버거 가격을 평균 2.2% 가량 인상했고,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달 대표 제품 '황금올리브'를 비롯해 '써프라이드'와 '자메이카 통다리 구이' 가격을 각각 1000∼2000원 올렸다. 배달비가 최소 2000원 가량 추가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가격 인상으로, 2만원 치킨 시대가 열린 셈이다. BBQ를 제외한 다른 대형 치킨 전문점들도 치킨값 인상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이물질 논란에 휩싸였던 대상 런천미트 제품. /사진=청정원 홈페이지.

올해 식품업계에선 위생 문제에 대한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유난히 이물질·세균 관련 논란 등이 잇따라 발생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선 ‘짝수해의 악몽’이 재현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오고갈 정도다.

실제 지난 2004년 ‘쓰레기 만두사건’을 비롯해 2008년 ‘새우깡 쥐머리 사건’, 2012년 ‘너구리 라면 벤조피렌 소동’ 등을 따져봤을 시 틀린 얘긴 아니다. 그만큼 위생문제의 경우 이미 과거 봇물처럼 쏟아졌던 화두에 속하지만 특히 올해엔 이 같은 이슈의 진위 논란이 더 큰 타격을 미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물질 논란에 휩싸였던 기업들로는 남양유업, 롯데제과, 롯데리아, 동서식품, 대상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이들 업체에서 발견된 이물질이 분유나 아이스크림, 과자 등 아이들이 먹는 식품에서 발생했기에 이유여하를 막론, ‘먹거리 불신’을 키웠다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다만 이물질 논란과 관련 피해를 호소하는 업체들도 상당수다. 최근 들어 사태의 진위여부를 떠나 ‘묻지마’식 여론재판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식품회사들이 늘고 있다는 것. 문제는 잘못된 오해의 소지가 해당 업체에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상의 런천미트 사태다. 대상은 현재 캔햄 대장균 논란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기관 측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올해 식품업계는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이미 외식업계에선 인건비 인상 등의 부담을 감안한 가격 인상 외에 매장 축소·폐점 등을 택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최저 임금 인상 여파는 내년 초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식음료 가격 인상 역시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서민 음식인 라면값 인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업계 시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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