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240억 우선 상환 시 ESS 등 신사업 지장 우려
실권주 38% 미발행…기업가치만 하락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SK D&D가 1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실패했다. 이례적으로 유상증자 결정과 동시에 주당발행가를 확정한 전략이 실패를 부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주가보다 유증 확정가격이 높아 대주주 등 특수관계자 외에는 청약에 나설 주주가 없었던 만큼 의도적으로 유증에 실패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동경영을 맡게 될 SK가스, 한앤컴퍼니의 지분 확대를 위한 유증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1일 SK D&D는 1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 결과를 공시했다. SK D&D는 총 454만5500주의 발행예정주식 중 283만5164주의 청약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청약률은 62.37%다. 실권주는 미발행 처리하고 구주주 배정은 신주배정기준일(지난 11월 16일) 주주명부에 기재된 소유주식 1주당 0.2532412302주를 곱해 산정된 배정주식수로 한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 배정된 10%를 100% 청약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주주인 SK가스와 한앤컴만이 청약에 참여한 셈이다. 신주를 이들만 받게 된다면 자연히 대주주의 지분율만 높아지게 된다.

SK D&D는 이번 유증으로 당초 계획한 자금의 62.37%인 810억81569만원만 마련하게 됐다. 내년 초 일부상환 예정인 차입금(240억원)을 빼면 약 570억원이 남는다. 당초 계획한 부동산 개발 관련 토지비(560억원), 풍력발전소 건립을 위한 초기 개발비(200억원), ESS설비 투자(300억원) 등에 쓰일 자금이 턱없이 모자라게 된다.

유동성 문제로 유상증자에 나섰던 만큼 SK D&D가 유증 계획 발표 때 공시한 사업계획을 100%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 3분기까지 SK D&D의 총차입금은 8965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3%나 증가했다. 차입금의존도가 59%에 달해 재무건전성 우려가 제기된다. 또 3분기 기준 총부채만 1조1980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이 무려 374.99%를 기록했다.

여기에 SK D&D는 내년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상반기 240억원을 조기 상환하더라도 7월 전에 560억원이나 더 갚아야 한다.

심지어 우리사주조합이 청약한 10%는 앞서 SK D&D가 우리사주조합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차입한 13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의 결과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를 통해 마련한 130억원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유증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당발행가를 미리 확정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주장이다. 유상증자 결정과 동시에 주당발행가를 2만8600원으로 확정했는데 이후 청약 시점까지 사실상 주가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들은 성공적인 증자를 위해 결의 이후 두 차례가량 주식 시세를 반영, 청약을 앞두고 주당발행가를 확정한다. 주당발행가를 확정한 시점 이후 주가가 무너질 경우 실권이 발생해 증자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지만 SK D&D는 2만8600원에 확정발행가액을 결정했다. SK D&D는 1개월간 가중산술평균주가(3만1649원), 최근 1주일간 가중산술평균주가(3만1556원),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3만1994원)의 산술평균값 3만1733원 중 낮은 값(기준주가 3만1733원)에 할인율 10%를 반영해 이 금액을 정했다. 연초 주가가 2만원대를 오갔던 점 등을 고려하면 할인율을 너무 낮게 책정했다는 혹평에도 SK D&D는 이를 확정했다.

결국 주가는 무너졌다. 지난 11월 23일에는 주당 2만3500원까지 하락했다. 구주주 청약 종료일인 지난 21일에도 2만6700원 수준을 보였고 지난 26일에는 2만6050원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 오히려 기업가치를 끌어내린 셈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