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볼모로 한 총파업…파업 시 지난 2000년 이후 19년 만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국민은행 본사 전경. <사진=KB국민은행>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KB국민은행이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 24일 국민은행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임단협 관련 2차 조정회의를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내년 1월 8일을 1차 총파업일로 예고하고 조합원 투표결과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파업에 돌입한다. 이는 지난 2000년 주택은행과의 합병 당시 파업에 돌입한 이후 19년 만에 파업이 된다.

노조는 ▲통상임금의 300% 성과급 지급 ▲미지급 시간외 수당(150%) ▲피복비(연간 100만원) ▲임금피크게 진입시기 연장 ▲신입행원 ‘페이밴드’ 폐지 ▲점심시간 1시간 PC OFF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규모와 피복비 지급을 놓고 사측과 큰 이견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통상임금의 300%를 지급받은 바 있는 노조는 올해 국민은행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한 만큼 작년 성과급(300%)보다 많은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조는 올해 유니폼을 폐지한 것에 대해서도 피복비로 매년 100만원 지급을 정례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무리한 요구라고 맞서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국민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9100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직원들이 거액의 성과급과 피복비 등을 명목으로 총파업까지 예고하자, ‘고객을 볼모로 한 직원 배불리기’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의 기존 성과급 규모는 타 은행과 비교해 결코 부족하지 않다.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성과 비례형 지급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농협은행은 보로금 200%를 연말에 지급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측은 내년 은행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을 바꿔 연말 보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300% 지급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의 자유로운 문화를 위해 유니폼을 없앴는데, 피복비 지급을 요구하자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점심시간 1시간 PC OFF 요구에 대해서도 사측은 고객의 불편을 고려해 휴게시간 1시간 보장을 약속했지만, 이 역시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쟁점사항 외에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연장과 신입행원 ‘페이밴드’ 폐지, L0 직급 근속기간 인정 등도 모두 이견차를 보이고 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전국 국민은행 영업점을 멈춰 세우는 총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파업 의지를 밝혔다.

국내 최대 개인고객을 보유한 ‘리딩뱅크’ 국민은행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고객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노조 측이 ‘고객을 볼모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등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라며 “끝내 파업을 강행한다면 일각에서 제기된 ‘귀족노조’라는 비판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은행은 이용 고객 수가 많은데 파업에 돌입하면 고객의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며 “파업 전에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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