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미투(#Metoo)’ 확산

안민석 국회 문체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체육계 성폭행, 폭행 OUT! 심석희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1.10./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가 조재범(38)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하자 다른 피해 선수들이 용기를 내고 있다.

이로써 ‘체육계 미투(#Metoo)’바람이 불 전망이다.

심석희는 지난 9일 자신을 초등학생 시절부터 가르친 조 전 코치에게 4년간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당시 만 17세,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심석희가 오랜 시간 상습적인 폭행과 성폭행을 당해왔음에도 침묵을 유지한 배경에는 선수들에 대한 2차 피해와 가해자의 보복 등이 있다.

이날 심석희 측은 변호인을 통해 “지도자가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폭행과 협박, 성폭행을 해왔다”고 전하면서 “피해 사실이 밝혀질 경우 선수로서, 여성 피해자로서 당할 피해와 혹시 모를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웠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나 그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우려해 이 사건을 밝히기로 결심했고 체육계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 심석희, 빙산의 일각... 잇따른 성폭력 피해 고발

젊은빙상인연대가 지난 9일 심석희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도 성폭행과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려왔다고 폭로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전·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현직 지도자, 빙상인으로 구성된 단체다.

젊은빙상인연대의 박지훈 자문 변호사는 이날 "심석희 외에 많은 성폭력 피해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 중 두 명의 선수들은 용기를 내기로 했다"며 "이들 2명의 선수들은 현역 선수들이고, 피해자는 조 전 코치가 아닌 다른 지도자"라고 밝혔다.

이어 "젊은빙상인연대와 피해 선수들이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고발이나 고소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정부가 선수를 보호하고, 진정한 빙상 개혁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피해 선수들과 힘을 합쳐 진실을 이야기하겠다"고 강조했다.

◆ 문체부, 대응 나섰지만 “글쎄”

심석희 성폭행 폭로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이날 문체부는 심석희 폭로와 관련한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그동안 정부와 체육계가 마련해왔던 제도와 대책들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관련 제도 및 대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밝혔다.

체육계 성폭행 관련 징계자가 국내외 체육관련 단체에 종사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를 위해 체육단체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가올림픽위원회(NOCs), 국제경기연맹(IFs) 등과 협조체제도 구축할 예정이다.

중대한 성추행도 영구제명에 포함되는 등 영구제명 조치의 대상이 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성폭행 범위도 확대된다.

인권 전문가와 체육단체가 참여하는 '체육분야 규정 개선 TF'를 구성해 체육단체 규정을 정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체육단체 관련 규정에 성차별 등 인권침해 요소 포함여부를 점검해 인권침해 요소 확인 시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아울러 체육단체 전수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내놓은 가운데 대책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정부가 체육계 만연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조속히 대응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심석희와 다른 피해 선수들의 폭로로 폐쇄적인 체육계의 구조에서 벗어나 ‘침묵의 카르텔’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