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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체육계 #미투, 용기는 전염된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체육계 추악한 민낯이 드러났다. 쇼트트랙 여제, 심석희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새해 정초부터 미투 운동이 또 다시 불어올 전망이다.

당시 그는 17세,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심석희의 폭로는 성범죄 피해자들에 침묵을 강요한 우리 사회의 무책임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심석희의 증언에 따르면 조 전 코치가 초등학교 때부터 ‘절대복종’을 강요했고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폭행과 협박, 지속적인 성폭행을 해왔다. 이는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의 모습이다.

또한 조 전 코치가 범행을 저지르고 “선수 생활 그만하고 싶냐”는 말로 협박해 침묵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심석희는 가족에게 조차 이 사실을 숨긴 채 혼자 감내해야 했다고 전했다. 심석희가 용기를 내기까지 약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사실 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것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피해자들은 ‘피해자다운’ 모습을 강요당하고 거기에 벗어나면 많은 비난을 받게 된다. 피해자의 평소 행실에 대한 평가도 이어진다. 성범죄는 온전히 가해자의 잘못인데도 피해자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심지어 범행 당시 옷차림, 외모 등을 평가받기도 한다. 여성 피해자로서 당할 추가적인 피해와 가해자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주변인들이 받을 상처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심석희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우려해 침묵의 카르텔을 깼고 숨어 지내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로써 1년 전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체육계에도 불어왔다.

심석희가 성폭행을 당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문체부는 뒤늦게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중대한 성추행 가해자는 영구제명 되고 성범죄 가해자는 관련 단체 취업을 막을 방침이다. 또 합숙훈련 환경 개선, 민간인 주도 전수조사 등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폐쇄적인 체육계 구조다. 특정 피해자가 용기를 내지 않으면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 또한 체육계의 수직적이고 권력적인 구조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체육계의 구조적인 특수성을 고려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체육계 ‘미투’는 이제 막 시작됐다. 심석희의 용기가 체육계 고질적인 병폐가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 아직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들이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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