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를 통해 방북한 평양남북정상회담 남측 선발대 대표들이 16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해 북측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전종수 북측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 비서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2018.09.17./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지난해부터 '사표설'이 돌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최근 사표를 제출한 데 앞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까지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이유가 주목되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14일 오후 "탁현민 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맞다"라며 "지난 7일 사표는 제출했지만 수리되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탁 핵정관은 이전에도 사의를 표명한 바 있었다. 당시 탁 행정관은 페이스북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사퇴를 시사했다.

이어 지난해 6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사직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4월)평양공연 이후”라며 “하지만 비서실장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고 이제 정말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가을에 남북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을 해달라”는 말과 함께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임 실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행사와 관련해서 기획능력이나 일하는 능력이 좀 욕심이 난다"며 탁 행정관과의 사의 표명에 아쉬움을 시사했다.

하지만 탁 행정관은 청와대 입성하면서 여성을 비하하거나 성적으로 도구화한 듯한 과거 책 내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야당과 여성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아왔다.

거기다 일각에선 탁 행정관의 사의 표명이 지난해 11월 김종천 전 비서관의 직권면직 이후 공석인 의전비서관 인선과 관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탁 행정관이 김종천 전 비서관의 후임으로 의전비서관에 기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청와대는 현재까지 해당 비서관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두고 있다.

탁 행정관의 사직서 제출에 대해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15일 “도대체 사직서 제출만 몇 번째인가? 이쯤 되면 프로 사직러”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탁 행정관이 사실 사퇴보다는 의전비서관으로의 ‘승진’을 원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총체적 난국의 행정관”이라고 김 전 비서관이 공석인 것을 겨냥해 말했다.

그러면서 “탁 행정관이 말했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은 직급이 너무 낮다는 이야기였는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히말라야까지 다녀온 본인에게 행정관 밖에 주지 않아 억울했던 모양”이라며 탁 비서관이 지난 2016년 6~7월 문 대통령과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 동행한 것을 겨냥해 비꼬았다.

이어 그는 “친문이기만 하면 도덕적 흠결도, 실무적 무능함도 무시하는 청와대이니 이렇게 된 김에 탁 행정관을 승진시키면 되겠다”며 “오늘 따라 공기가 더욱 ‘탁’하다. 미세먼지로 답답한데 ‘탁현민’ 행정관까지 보태지 마라”라고 지적했다.

탁 행정관의 사표 제출에 대해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도 이날 “일각에서는 탁 행정관이 공석이 된 의전비서관 자리를 노리는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며 “설마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김 부대변인은 “애초 탁 행정관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그릇된 성적 인식 때문이었다”라며 “첫 내각 주요 인사들이 이런저런 흠결들로 줄줄이 낙마하는 와중에 그는 자리를 지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작년 언론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를 재신임했다”며 “누구라도 그의 뒷배경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탁 행정관의 이번 사표 제출이 정치적 쇼가 아니길 바란다”며 “탁 행정관이 야인 문재인을 따르던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석 비서실장, 문 대통령, 김광두 부의장. 2018.12.26./사진=뉴시스

아울러 청와대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난달 26일 제출한 사표를 지난달 31일 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 부의장은 지난달 26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종료 후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앞서 지난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해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문재인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이른바 ‘제이(J)노믹스’의 기틀을 짰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청와대와는 시각차를 보였다.

김 부의장은 지난 12월 페이스북에 “투자와 생산 능력이 감소하고 있는데 공장 가동률마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의 동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 흐름이 감소와 하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자리 감소는 필연이고, 세원이 약해져 복지 증대를 지속하기도 어려워진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 부의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바른미래당은 14일 "친문패권주의에 대한 경고"라고 비난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것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변인은 “지난 31일 사표를 수리한 김광두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 분들에게는 송구하나, 결국 친문이 '집권 용도'로 쓰고 '토사구팽'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김 전 부의장은 대통령 경제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장직을 지난해 12월부터 역임해왔으며 이달부터는 국가미래연구원장직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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