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빙상인연대 “전명규 교수, 성폭력 사건 은폐 관여해”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전 빙상연맹 부회장)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폭력 및 성폭력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01.21./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가 체육계 #미투의 시작인 심석희에게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젊은빙상인연대는 전 교수를 강도 높게 지적해 파문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전명규 "심석희 폭력 사실 몰랐다"

앞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지난 17일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해당 논란이 불거졌다.

성폭행 의혹을 받는 조 전 코치가 전 교수의 휘하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 이에 전 교수는 21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신문을 통해 빙상 종목이 대한체육회에서 퇴출당한다는 이야기를 보고 이렇게까지 되는 것은 안 되겠다 싶어 직접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늦게나마 국민께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기자회견을 하기 까지 인내와 용기가 필요했다”면서 “빙상의 적폐로 지목된 제가 국민께 모든 진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심석희 선수의 폭력 사실 등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심석희는 조 전 코치와 계속 훈련을 같이 했고 대표팀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 있다는 것을 제가 알 수 없었다.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심석희에게 송구스럽고 미안하다”고 고개 숙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조 전 코치를 위한 탄원서를 작성할 것을 선수들에게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 교수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전 교수는 "조재범 전 코치가 구속되기 전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젊은빙상인연대의 어떤 사람이 전명규와 관련된 비리 내용을 주면 합의서를 써 주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해서도 그 내용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조재범, 심석희 모두 내 제자다. 지금 상황이 발생하기 전 조 전 코치를 구속하는 것은 조금 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 제자들이 목동 빙상장 및 대한항공에서 일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에는 “정말 모르는 일이고 그런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 교수는 “4년 전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에 안현수 선수를 보냈다는 이야기에 힘들었다”면서 “조용히 있으면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현장에 있는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젊은빙상인연대 "전명규, 체육계 성폭력 은폐"

그러나 같은 날 젊은빙상인연대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빙상계 성폭력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어 전 교수가 체육계 성폭력 은폐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젊은빙상인연대가 피해자의 적극적인 증언과 간접적인 인정 등을 통해 심석희 선수를 포함 6건의 피해사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2차 피해를 우려, 공개키로 한 피해자 2명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역 선수도 있고 미성년자일 때부터 피해를 당한 선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고발하면 빙상계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젊은빙상인연대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결과, 한국체육대 전명규 교수의 전횡과 비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빙상연맹은 '친 전명규 관리단체'로 변신해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했고, 한국체대는 전 교수에게 고작 감봉 3개월의 하나마나 한 징계로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 교수가 오랫동안 대한민국 빙상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배경은 빙상계를 포함한 체육계, 그리고 일부 정치인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젊은빙상인연대는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사퇴와 체육계 전반에 걸쳐 과감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한국체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도 요구했다.

한편 체육계 전반에 걸쳐 터져 나오는 피해자들의 성폭력 고발에 체육계 내부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아직 숨어있는 미투 피해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여 사회의 꾸준한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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