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 떠넘겼나(?)…선긋기 나선 유통기업들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납품업체에 이른바 ‘후행(後行)’물류비를 떠넘겼다는 이유로 롯데마트에 제재를 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가 뒤숭숭하다.

공정위 사무처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롯데마트를 제재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최근 위원회에 상정했다.

롯데마트가 5년 동안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물품을 배송하는 데 300여개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후행’ 물류비의 경우 기업이 물류센터를 설립해 전국 배송을 하는 대신 물류비와 재고관리비 등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롯데마트 또한 이 같은 입장으로 공정위의 ‘무리한 제재’가 억울하다며 연일 호소하고 있다.

납품업체가 각 매장에 직접 배송해야 하는 것을 유통기업이 직접 맡아서 하고 있다는 것. 협력업체에 떠넘기기가 아닌 물류를 대행해주는 데 필요한 수수료 비용을 받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공정위 측은 대형마트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만큼 후행 물류비를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것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갑질’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롯데마트 회신을 받은 후 위법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이번 ‘후행 물류비’ 논란과 동시에 ‘삼겹살 가격 후려치기’ 의혹까지 휩싸이면서 제대로 폭탄 맞은 롯데마트는 현재 적극 방어에 나선 상태다. 공정위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정거래팀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혐의가 확정될 경우 롯데마트에 대한 과징금 금액이 4000억 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 역시 쟁점이다. 업계에 미칠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업계에서 관행으로 여겨왔다는 ‘후행’ 관련 논란에 공정위가 이를 처음으로 ‘물류비 떠넘기기’로 보고 직접 제재에 나섰다는 것은 분명 불필요한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한 적극적 행보로 보인다.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적신호를 선제적 조치로 향후 발생할 더 큰 문제를 막을 수도 있다.

다만 공권력과 민간기업이 ‘관행’이란 쟁점을 두고 지나치게 줄다리기하는 양상을 보일 경우 자칫 업계 전반에 불안감과 위축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다.

‘후행=관행’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공정위와 롯데마트가 정면충돌한 양상 속에 롯데마트 이외 여타 기업들은 이미 선긋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홈플러스는 선행과 후행 물류 계약을 따로 진행하며 협력사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이마트 또한 현재 물류센터에서 배송할 때 후행 물류비를 받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 사안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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