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데드라인…식품업계 다음 타깃은?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위법을 견제하겠다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가운데 배당 등 주주제안을 위한 데드라인이 이번주로 다가왔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가 한진칼에 이어 남양유업을 향해 있는 상황 속 자연스레 다음 타깃에 관심이 쏠리는 것과 동시에 각종 부작용 속출 및 역량 부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국민연금은 최근 남양유업에 대한 배당 정책과 관련한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정관변경 주주제안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배당 관련 주주제안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사실상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횡령·배임 등 불법을 저지른 기업 뿐 아니라 소위 ‘짠물’ 배당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본래 주총 주주제안은 직전년도 정기 주총일 기준 6주 전까지 이뤄져야 하기에 3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주총 6주 전인 오는 15일을 넘기면 주주제안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남양유업 주총일인 3월23일을 기준으로 지난 7일 수탁자책임위가 올 주총에서 배당 관련 이사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국민연금이 남양유업에 배당 확대를 주문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참여 강화 기조가 이어지며 자연스레 식품업계 다음 타깃이 어디로 쏠릴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297개 기업 가운데 배당성향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49개사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식품업계에선 사조산업과 대상홀딩스, 롯데칠성 등이 다음 타깃으로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그 중 대상홀딩스와 롯데칠성의 경우 주주권 침해 사안으로 국민연금의 요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사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대표이사 연봉은 증가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을 고려할 시 기업 이익과 방향성이 다른 임금체계는 충분히 기업가치 훼손·주주권 침해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

앞서 국민연금이 지난해 발표한 공개 중점관리 기업 리스트에는 남양유업을 포함해 현대그린푸드 등 2곳이 올라온 바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12.82%를 보유한 2대주주로, 지난해 5월 현대그린푸드를 남양유업과 함께 중점관리기업으로 공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국민연금이 남양유업에 이어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검토한다고 알려지며 일각에선 저배당 기업을 우선 타깃으로 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소 배당을 지적받아 온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8일 지난해 회계연도 배당금을 주당 210원으로 확정했다. 종전보다 2배 높은 13% 이상으로 높이겠단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마저도 평균치에 한참 밑도는 수준이란 지적이다. 남양유업 역시 2~3%대였던 배당성향을 지난 2017년 17%까지 끌어 올렸지만, 코스피 상장사 평균인 33%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오는 3월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단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질적인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의 2대 주주이긴 하지만 지분은 약 6%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최대주주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가진 회사 지분은 약 51%로 사실상 별 소득을 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활동 가이드라인’을 통해 저배당·오너 갑질기업 등을 중점 관리하겠단 계획을 밝힌 만큼 경영 외적인 문제로도 언제든 국민연금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를 수 있어 과도한 시장 개입이란 논리에 떠밀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배당 요구로 인한 부작용 속출에 대한 우려도 심심찮게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배당 압박 전략이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실적개선 여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며 “지나친 배당요구는 오히려 기업들의 신규투자를 막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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