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청남도 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후 법정 구속돼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2019.02.01./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비서 성폭행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인과 피해자 김지은 씨 측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피해자 김지은 씨와 안 전 지사가 '불륜관계'라고 주장했다.

민씨는 김지은씨가 세번째 성폭력을 당했자고 주장한 날 안 전 지사와 김씨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를 공개하며 "스위스에서 새벽 1시쯤 안희정씨가 '..'이라고 문자를 보내자 즉시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27분) '넹'하고 답장을 했다. 안희정씨가 담배 핑계를 대자 당시 김지은씨는 바로 슬립만 입고 맨발로 안희정씨의 객실로 왔다"고 주장했다.

민씨는 이 메세지에 대해 "이 문자를 처음 봤을 때 치가 떨렸다. 두 사람은 연애를 하고 있었다"고 원통했다.

민씨는 그러면서 “재판부는 왜 주장만 받아들이고 정황증거는 무시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피해자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주장이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1심도 2심도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했지만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며 도대체 ‘감수성’으로 재판하는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있는지, 성인지 감수성은 법적 증거보다 상위 개념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민 씨는 이어 “(2심 재판에서) 제 일관된 주장이 왜 배척되었는지 정말 궁금하다"며 "안희정씨와 김지은씨에게 의해 뭉개져 버린 여성이자 아내로서 제 인격이 항소심에서 다시 짓밟혔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씨는 지난 13일 밤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안 전 지사에 대한 피해자의 고발은) 용기있는 미투가 아니라 불륜사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같은 민씨의 주장에 김지은씨 측은 “문자, 카톡, 텔레그램을 예상했다. 예상했던 것이 그대로 등장했다”고 운을 뗀 뒤 “이는 1·2심 재판 과정에서 같은 정치 집단 내 있었던 동료들이 안 전 지사측에 제공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피고인 측은 '합의한 관계', '불륜', '연인 사이' 등을 주장했지만 1심, 2심 어디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며 "지난 1년간 형사소송원칙에 따라 진행됐던 소송 과정을 글하나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씀인가. 피해자에 대한 여론 재판을 시작하겠다는 말씀인가"라고 이같이 비판했다.

김 부소장은 "민씨는 본인의 힘들었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는데, 핵심 내용은 '김지은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성폭력이 아니라 불륜이다'라는 주장"이라고 지적하며 "김지은을 지탄하는데 동참해달라고 하고 있는데, 본인이 힘든 것과 상대에 대해서 근거 없는 선동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멈추고 사과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같은 공대위 소속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 상임대표도 이날 글을 올려 “정색한 표정으로 얼굴에 '나 피해자야'라고 쓰고 살아야 했다고 사후적으로 요구한다면 어떤 직장내 피해자, 학교 내 가족 내 성폭력 피해자도 구제받지 못한다”며 “피해자가 맞다면 그 자리에서 술병이라도 들어서 저항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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