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을 앞둔 22일 오후(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머물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 앞 건물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는 그림이 걸려 있다. 2019.02.23./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양국의 ‘협상판’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3일 오후 5시에 북한 평양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출발해 26일 오전 베트남에 입국했다. 베트남 외교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25일(현지시간) 출국해 베트남 현지시간으로 26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 30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1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를 구체화하는 성격이 짙다. 때문에 북미는 이번 회담을 통해 지난번보다 더 나아간 성과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에 비해 비교적 고요하게 흘러가는 이번 2차 북미의 ‘협상판’이 기대만큼 성과를 얻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비핵화 이행, 영변 핵폐기 거론되지만…

먼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합의한 4개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전몰자 유골 송환 등이다. 북미는 이번 회담에서 이 4개항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그 중 특히 이번 회담에서 무게 있는 의제로 오를 것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롯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등이다.

가장 신속한 이행이 가능한 비핵화 조치로는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가 거론되고 있다. 상응조치 제공이 전제되어 있긴 하지만 북한이 먼저 제시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가장 유력하다.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 역시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하노이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과의 아주 중요한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간다”며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남겼다. 이어 그는 “김 위원장이 현명한(wise)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사실상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북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더해 플러스 알파(+α) 등 구체적·실질적인 비핵화 실행조치에 나선다면, 그에 맞는 상응 조치를 내놓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상응조치로는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평화선언), 대북(對北)제재 완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할 의사는 없다”고 예견했다.

태 전 공사는 26일 보도된 일본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경제도 안되고 군사력으로 남북통일을 지향했지만 그것도 잘 안됐다. 노력했다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핵무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에게는 지금 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관광이 재개되고 공단이 재가동되면 1년에 1억5000달러(약 1120억원)의 현금이 들어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영변 핵시설은 수십년간 운영해 지금은 꽤 노후화 됐다"면서 "이미 폐쇄 처분할 오래된 핵시설을 전달하고 핵과 미사일은 유지하면서 제재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즉 노후화 된 영변 핵시설을 ‘버리는 카드’로 사용하면서 대북제재를 끌어올 것이란 해석이다. 미국 측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이 플러스 알파(+α)로 제시될 비핵화 이행이 중요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종전선언 '청신호'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비교적 확실시 된 사안도 있다. 청와대가 ‘종전선언’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공식발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의제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다르며,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의미로서 종전선언이 본질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북미가 종전선언을 하면 실효적인 의미가 달성된다는 취지의 말씀을 제가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종전선언의 형식·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체만 놓고 봐도 많게는 4자 남북미중, 3자 남북미, 2자 북미 등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어떤 형식의 종전선언이라도 우리 정부는 환영한다”고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김 대변인이 이날 언급한 북미 간 종전선언은 그간 청와대와 정부 입장에서 보여 왔던 조심스러운 입장과는 다르다는 것에서 의미 있다.

김 대변인은 또 “그것(종전선언)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어서 결국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질서를 정착시키려면 4개국(남·북·미·중)을 비롯한 다자가 평화협정을 맺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며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입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 경제가 개방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하며 신(新)한반도체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 대변인이 언급한 ‘입구’와 일맥상통한 것으로 보인다. 즉 문 대통령은 김 대변인의 ‘입구’인 종전선언 이후를 염두하며 ‘신 한반도체제’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회담이 성과를 거둔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지금 한미동맹, 남북관계, 북미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좋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며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언급에 따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대한 상응조치로 ‘2자 종전선언’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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