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앞둔 김진태(왼쪽부터), 오세훈, 황교안 당대표 후보자가 23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합동TV 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2.24./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논란 속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27일 치러지지만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과 일정이 겹치면서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은 27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오는 2020년 제21대 총선을 진두지휘할 임기 2년의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지난 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통감하며 사퇴한 이후 반년 여간 이어가던 비상대책체제를 드디어 벗어나게 된다.

상황이 이런 만큼 당 내에서는 정치적 이벤트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일정이 27~28일로 확정되면서 한국당은 초조함을 드러내야했다. 이 초조함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하루 전날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독차지하면서 '한국당 참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서 비롯됐다.

이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지난 지방선거 때 신북풍으로 재미를 본 정부·여당이 혹여라도 내년 총선에서도 신북풍을 계획한다면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며 견제에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주재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한국당 전당대회(2월27일) 날짜와 겹친 것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이것이 의심이기를 바란다”며 “국민들도 세 번 정도 되면 진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일정이 겹치는 것에 대한 고의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월27일~28일 베트남에서 미·북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지난 지방선거 하루 전에 싱가포르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되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라며 “그날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하려는 북측이 문 정권을 생각해서 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에는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같은 초조함은 직접 당권주자로 나선 전당대회 후보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후보 중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당시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던 당권주자 6명은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고려해 전당대회 2주 이상 연기를 촉구했다.

이들 6명은 공동 입장문을 내면서 "2·27 전대는 2주 이상 연기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12일에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소 확보가 문제라면 여의도공원 등 야외라도 무방하다"며 수용되지 않을 시 후보등록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결국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고 당시 보이콧을 선언했던 당권주자들 중 오 후보를 제외하고 모두 불출마 선언했다.

이에 당 선관위는 TV토론회, 유튜브 방송 등으로 이목을 끌어볼 심산이었지만, 이 역시 기대만큼의 성과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물론 전당대회 초반에는 가시적인 컨벤션 효과가 드러나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지난 주 대비 1.5%p 오른 28.9%로 집계됐다고 11일 발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 응답률은 6.8%.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5·18 망언을 시작으로 합동연설회 과정에서 나온 일부 후보의 막말 파문으로 점점 한국당이 우경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게 했다.

이번 전당대회로 실시된 사전 투표율도 24.6%로 집계되면서 지난 전당대회 투표율 발밑에 그쳤다. 이는 2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대선 참패까지 이어지면서 조용하게 치러졌던 전당대회 투표율 25.24%보다 낮은 수치다.

한국당은 당초 유력 대권 후보인 황교안 후보가 나서면서 전당대회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오히려 5.18 망언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태극기 부대’가 전당대회를 뒤흔들면서 논란만 가중됐다. 이에 대중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력 당선후보인 황교안 후보가 TV토론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입장을 드러내고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조작설까지 언급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번에 선출될 신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해소하고, ‘보수 개혁’으로 내년 총선을 거머쥘 과제를 떠안게 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당시 국무총리인 ‘친박’계열 황 후보가 유력 당권 주자로 떠오르면서 한국당의 ‘보수 개혁’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울러 전당대회 직전 불거진 '5·18 망언'과 그로 인해 김진태 후보로 ‘태극기 부대’가 결집된 후 나타난 당의 우경화 논란도 떠안게 된다. 당장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김진태·김순례 후보의 징계 여부도 여론과 당론의 맞게 처리해야한다.

한편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3∼24일 선거인단 사전투표와 전당대회 현장투표(70%), 지난 25∼26일 일반 국민 여론조사(30%) 결과 등을 합산해 당 대표와 새 지도부를 발표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27일 오후 7시께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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