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활성화 목적…업계 “제로페이 몰아주기” 반발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제로페이’ 활성화에 따른 불똥이 카드업계를 덮친 것이다.

최근 카드업계는 당국의 지속적인 카드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여기에 ‘13월의 보너스’라 불리는 연말정산 때 핵심 공제항목으로 꼽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마저 축소할 움직임이 보이자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근로소득자에 대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축소 가능성을 취임 후 공식 언급했다.

당국이 제로페이에 소득공제율 40%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정부도 이와 연계해 카드 공제 혜택을 축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공제를 조금씩 축소해왔으며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가운데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도입목적, 제로페이 사용 활성화 등을 고려해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제로페이는 아직 시범서비스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시행 초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로페이에 동참한 가맹점 수가 많지 않은 데다 개개인의 결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제로페이 월 결제금액이 2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제로페이 결제실적은 8633건, 결제금액은 약 1억9949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 결제 건수 15억6000만건과 비교하면 0.0006%, 결제금액 58조1000억원에 견주면 0.0003%에 불과하다. 지난 1월 31일 기준 제로페이에 정식 등록한 가맹점이 4만6628개인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동안 가맹점당 거래실적이 0.19건, 4278원에 그친다.

서울시의 ‘시정 4개년 계획’ 상에 등장한 올해 제로페이 이용액 목표는 8조5300억원인데 현 상황에서는 목표액에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의 흥행은 현재까지 참담한 수준이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가서비스 축소로 신용카드의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소득공제마저 줄어들면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현재 추진 중인 제로페이에 약 50만원 상당의 소액후불 결제 기능이 생기고, 교통카드 기능도 탑재된다면 지갑 속 1위 결제수단인 신용카드의 지위를 흔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카드사 죽이기’, ‘제로페이 몰아주기’, ‘제로페이를 살리기 위한 희생양’ 아니냐는 불만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뿐만 아니라 카드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조차 계속되는 ‘신용카드 혜택 축소’에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 대책을 보면 제로페이 몰아주기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다”라며 “제로페이 활성화 취지는 알겠지만 그렇다고 카드업계를 역차별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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