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명진 기자] 하림 정읍공장에서 가금류 운반차량에 의한 인명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하림의 허술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6일 전북 정읍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정읍시 하림 가공공장 본관 앞에서 생산직 직원 최모(48)씨가 14톤 냉동차량에 치어 현장에서 숨졌다. 공장 일을 마치고 정문 앞에 대기해 있던 퇴근버스를 타기위해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 사고 지점은 공장 정문·본관 사이에 조성된 공간으로 인도·차량 통행로가 구분되지 않아 평소 사고 위험성이 높은데 따른 원성이 자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번 사고 역시 이미 ‘예견된 사고’였단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과거에도 이미 한차례 발생했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14년 하림 본사공장 옆 도로에서 출근하던 직원이 냉동 탑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바 있다.

하림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실제 하림 측은 과거 발생했던 사고를 묻는 질문에 “과거 사고는 이번에 발생한 정읍공장과는 다른 공장에서 발생했던 사고”라며 “불가피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를 막을 재간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직원 최 씨의 경우 이미 퇴근 후 발생한 사고라는 것.

이로 인해 일각에선 인명피해에 대한 재발 방지에 주력하기 보단 기업 이미지만 중시 여긴다는 비난과 함께 사고 감추기에만 급급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하림 관계자는 “현재 하림은 공장 근로자만 1500~2000여명인 대기업에 속한다”며 “사업장 내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를 은폐하거나 보상을 줄이는 등의 행위 등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안전관리에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선 하림은 최근 정읍공장 내 직원·차량 통행을 구분하는 차단 막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평소 안전관리에는 따로 소홀함이 없었다는 게 하림 측 설명이다. 하림 관계자는 “안전관리 담당자가 상주하며 규정에 의해 충분히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이미 유족들에게는 장례비를 지원한 상태”라며 “앞으로도 보상 규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앞둔 ‘김용균법’…예견된 사고 없앨까

소위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공백 기간 하청 노동자의 안전한 노동 환경 보장을 위한 행정지도를 실시한다.

앞서 산안법은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하청 노동자 고(故)김용균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전면 개정된 바 있다. 이는 하청노동자에게 산업 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개정 산안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에 남은 공백기간 동안 ‘안전 체제’ 마련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김 씨의 사망 이후에도 하청노동자의 산재가 잇따른 데 따른 지적이다. 실제 최근 하림을 비롯해 현대제철, 태안화력 등 근로자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산안법에 대해 사업장 준비가 필요한 만큼 올해부터라도 원청이 사업장 전체에서 하청 노동자까지 안전을 책임지는 체계를 확립하도록 행정지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컨베이어벨트를 다수 운영하는 사업장과 과거 사고가 났던 사업장을 중심으로 일제 점검을 하고 있다”며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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