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 수익 낮은 상황에서 수수료 인상 ‘발끈’

카드수수료를 둘러싼 2라운드 전쟁이 예고됐다. 이번엔 유통업계가 카드사에 더욱 강하게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전망이다. /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카드수수료를 둘러싼 2라운드 전쟁이 예고됐다. 이번엔 유통업계와 카드사간 수수료 협상 관련 논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특히 사활을 건 이번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그간 카드수수료 논쟁은 최근 현대자동차의 극단적 선택에 따른 압도적 승리로 국민 주목도가 높아졌다. 높은 국민적 관심도에 유통업계의 이번 협상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협상이 자동차 업계와는 다른 양상으로 흐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유통사들은 업계 특성상 카드 결제 거부권 자체가 없어 가맹 계약 해지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 카드사에 협상 요구 “사활”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와 항공사, 통신사들은 지난달 카드사가 통보한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최근 카드사에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대형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를 0.2~0.4% 수준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 조치에 따른 것이다.

이 가운데 유통업계는 다른 업계 대비 카드 결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번 수수료 협상이 생존권에 직결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최근 온라인시장이 득세하면서 오프라인 매출이 침체됐다. 만약 협상이 원만히 마무리 되지 않을 경우 대형마트는 다른 업종에 비해 충격의 감도가 더욱 높다는 분석이다.

카드사가 현재 주장하는 수수료 인상안 그대로 협상이 이뤄질 경우 유통사 출혈은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표적으로 이마트의 경우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카드 사용 비중이 높은 소비자 또한 불편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 등은 이 같은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마트 측은 즉각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영업이익 하락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현 시점 카드사 통보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또한 비슷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는 8개 카드회사로부터 공문을 받은 뒤 이에 대한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현재 이마트를 시작으로 롯데마트,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기타 대형 유통업체들도 이에 동참할 분위기다. 이들은 카드사 측에 카드수수료 인상에 대한 근거자료 등을 요구하며 각 카드회사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카드사들은 이달 1일부터 올린 수수료율을 대형마트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카드사와 유통업체 간 협상이 최종 이뤄지면 수수료율 차액을 정산해 유통업체에 돌려주게 된다.

현재 유통사들은 카드사들에 수수료율 인상과 관련한 근거자료를 요구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간 협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유통업계의 경우 카드사용 비중이 높아 소폭의 수수료 인상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입장차를 줄이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현대자동차는 일부 카드사에 가맹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두며 카드 수수료율을 1.89% 수준으로 낮춰 협상을 이끌어냈다. 사실상 카드사가 백기를 든 셈이다.

이번 카드수수료 갈등은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수익보전을 위해 지난 1월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등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역진성 해소를 주문하면서부터 촉발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반적인 산업발전 방향을 제시했음에도 방관으로 일관하면서 대형 가맹점들의 불만 폭발에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카드수수료 인상 사안은 업계 간 여전히 갈등이 지속 중인 가운데 앞선 현대차를 시작으로 유통‧통신‧항공 등 줄줄이 협상 일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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