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26일 오전 김 전 장관이 서울 송파구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9.03.26./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야당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은경(62)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서울 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새벽 2시께 김 전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판사는 “일괄사직서 청구 및 표적감사 관련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피의자에게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없는 일을 하게한다는 구성요건에 대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의 임명에 관한 규정과는 달리 그들에 관한 최종 임명권·제청권을 가진 대통령 등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는 관행이 장기간 있었던 것”이라며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한 상태다.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쉽지 않게 된 점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영장전담판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26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앞으로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적법하게 행사될 수 있는지 법원이 그 기준을 정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동시에 이번 검찰수사를 계기로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장과 임원에 대한 임명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영장 기각을 두고 야당은 거세게 비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영장 기각에 “청와대 압박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정권의 사법부 겁박은 농단 수준”이라며 “영장 기각은 국민 눈높이와는 다른 기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장의 기각 사유에도 나타난 것처럼 청와대의 관련성이 밝혀졌다”며 “더 철저히 수사하고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도 "위법성에 대한 정당행위 등이 아니라 '위법성 인식 여부'가 위법성을 조각하는 사유가 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어떤 건 적폐고 어떤 건 관행인지, 관행이면 인정을 해야 한다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비판했다.

민주평화당은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에 대해 첫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만큼 기각됐지만 내로남불 이야기가 안 나오도록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엄정한 재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7월 취임한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의 명단을 작성한 뒤 이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한 상임감사가 이에 반발하자 2018년 2월 감사에 착수해 다음달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후임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에게 면접 관련 자료를 미리 주는 등 특혜성 채용 의혹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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