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최은경 기자] 국민의 분노를 장기간 이어오게 한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두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숙제라 말하고 싶다. 인체에 유해한 독성을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피해를 당한 이들은 총 6,24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환경부 조사다. 

특히 SK케미칼이 제조한 원료물질인 CMIT·MIT 성분이 든 가습기살균제만 사용한 피해자는 360여명으로 집계된다.

지난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건 출발의 핵심은 옥시였다. 그러나 애경산업이 판매하고 SK케미칼이 만든 ‘가습기메이트’ 역시 옥시 제품 다음으로 상당한 피해자를 양산한 제품이다. 

당시 원료 물질인 CMIT‧MIT 성분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아 옥시와 달리 형사처벌을 피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다시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처벌대상에서 제외된 회사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재차 나선 것이다. 

검찰과 가해업체들이 ‘밋밋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해자 등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등 시민단체들은 당시부터 최근까지 피해 호소를 꾸준히 이어왔다. 정부의 안전불감증과 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지속적인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에 따른 식약처 조사 결과 이들 성분의 유해성이 입증되면서 검찰 재수사가 시작됐다. 

현재 가습기메이트 판매업체인 애경산업 전 대표가 구속 기소된 가운데, 제조업체인 SK케미칼 부사장 등은 구속된 상태다. 또한 이런 가운데 재수사 도중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가습기살균제 라벨에 ‘인체에 해가 없는 안전한 제품’이라고 표기한 사실이 드러나 또 논란이 됐다.

29일 애경산업 전 대표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운명의’ 날이었다. 법원은 전 대표와 임원진 등 4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그러나 늦은 오후까지 구속 여부 결정이 늦춰지면서 긴장감 또한 높인 결과는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영장 모두가 기각된 것이다.

법원은 원료물질의 특성과 유해성 평가결과, 같은 원료를 사용한 타 업체 제품의 유통 현황 등에 비춰 구속 필요성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애경산업의 살균제가 나오기 전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은 같은 원료를 쓴 가습기 살균제를 먼저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유독성을 알고도 무시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로 인해 제조사인 SK케미칼에 책임의 무게가 더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재판 결과로 피해자들은 또 한 번의 상처를 입게 된 모양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에 한 맺힌 울분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도 ‘반쪽짜리’란 비판이 나왔던 만큼 8년 만의 재수사 결과에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더 이상 농락은 필요없다”며 수많은 나날 길거리에서 울분을 토해낸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국민들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가해자들에 대한 명확한 처벌과 이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참사는 끊임없이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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