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범보수로 분류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맞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별장 성매매’ 의혹으로 논란이 된 김학의 전 차관에 의해 발목 잡혔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같은 당 이언주 의원에 의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4.3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시민생활체육관 앞에서 지원유세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강기윤 국회의원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9.03.21./사진=뉴시스

◆김학의가 '발목잡은' 자유한국당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후보자는 지난 27일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제보 받은 동영상 CD를 꺼내 황 장관에게 '내가 동영상을 봤는데 몹시 심각해서 이분이(김학의) 차관으로 임명되면 일이 몹시 커진다'고 말한 바 있다"라고 폭로했다. 이에 황 대표가 "동영상뿐 아니라 CD 자체를 본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자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의 ‘별장 성매매’ 의혹에 대해 당시 국무총리였던 황 대표는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앞서 황 대표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져왔다. 이번 박 후보자의 발언이 쐐기를 박은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다음 주 초 박 후보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박 후보자가 거짓 답변과 음해로 자신에 대한 의혹을 덮고 본인에 대한 화살을 황 대표에 대한 공격으로 덮었다"며 "(박 후보자 발언 관련)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청문회장에서 거짓말을 해도 위증죄로 처벌되지 않는다"며 "청문회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대표를 향한 후폭풍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 전 차관과 이중희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특수관계'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전 차관이 춘천지검장일 때 이 전 비서관은 춘천지검 산하 영월지청장이었다"며 "당시 이 전 비서관도 그 별장에 다녔는지, 김 전 차관의 범죄를 인지했는지, 방치했는지 아니면 그 이상인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살은 황 대표와 이 전 비서관 뿐만 아니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한국당 의원에게도 돌아갔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곽 의원을 겨냥해 "경찰이 허위보고를 했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경찰에 책임 떠넘기기를 그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당이 이렇듯 불미스러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만큼, 보궐선거에서도 승승장구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24~26일 창원성산 보궐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도를 여론조사한 결과(표준오차 95%, 오차범위 ±3.7%),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41.3%로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28.5%로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정의당은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한 바 있다. 창원성산은 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지역이기도 했다. 결국 한국당이 범진보로부터 창원성산 지역을 탈환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당 또 다른 보궐선거 지역인 통영·고성 보궐선거에 희망을 걸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보궐선거를 치르느라 창원에 작은 방을 구하고 통영·고성을 오가고 있다”며 통영고성 지역에 어필했다.

황 대표는 “이곳 지역 경제 실상은 참담하다. 아파트·상가가 비어가고, 기업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늘어난다”며 “이 정부는 민생을 완전히 방치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 승리가 민생 회복의 첫걸음이라 믿고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영고성 거주 성인을 대상으로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당 정점식 후보 57.2%, 민주당 양문석 후보 29.7%, 대한애국당 박청정 후보 5.3%로 나타났다(없음 3.7%, 잘모름 4.1%).

한국당이 눈에 띄고 앞서고는 있지만, 일각에서는 애초에 통영고성 지역이 자당의 지역구였기 때문에 ‘본전찾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MBC경남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6~27일 통영· 고성 거주 유권자 511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3%포인트)한 결과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3.12./사진=뉴시스

◆이언주가 '물흐리는'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결이 다른 속사정을 갖고 있다. 한국당이 외부로부터 공세를 받는다면 바른미래당은 잇따라 내홍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 20일 공개된 한 인터넷 방송에서 경남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서 자기 당 후보를 지원 중인 손 대표에 대해 "창원에서 숙식하고 하는 것도 정말 찌질하다, 솔직히 말해서"라고 수위 높여 비난했다.

이 의원은 또 "(정권) 심판하는 데 힘을 보태야지 왜 여기서 몇 프로 받으려고 훼방 놓는 것밖에 안 된다"라며 "내부적으로 후보 내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손 대표가 완전히 '벽창호'다. 잘못하면 아니 낸 것만 못하게 된다"라고 힐난했다.

이에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윤리위)는 29일 당사에서 이언주 의원의 징계 심사를 위한 첫 회의를 열고 논의에 들어갔다. 윤리위는 이 의원에 대한 원외 지역위원장들과 당원들의 제소를 받아들여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이언주 의원은 전날 기자들에게 "손학규 대표는 자기 스스로에 대해 정치적 징계부터 해야될 것"이라며 "끝까지 본인이 약속한 (득표율) 10%를 채우지 못한다면 물러나야 한다"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은 사실상 한국당보다 암담한 실정이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24~26일 창원성산 보궐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도를 여론조사한 결과(표준오차 95%, 오차범위 ±3.7%),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41.3%,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28.5%로 압도적인 1,2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5.3%, 손석형 민중당 후보가 4.6%, 진순정 대한애국당 후보가 0.6%, 김종서 무소속 후보가 0.9%를 차지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손 대표는 이번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 한 것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단일화는 위장쇼다. 예정돼 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 대표는 지난 28일 경남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진보 단일화 후보에 대해 “민주당이 창원 선거에 대해 적극적인 성의를 보인적이 있었느냐.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이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놨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손 대표는 “이번 선거는 참 희한하다”며 “집권당 후보는 없고 야당 후보만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상에 여당 후보가 없는 선거가 어디 있느냐. 심판이 두려워서 숨어버린 것”이라며 “또 희한한 것은 여당과 야당이 단일화 한 것이다. 정의당은 위장 여당쇼의 공범이다”라고 호소했다.

손 대표는 민주당 뿐만 아니라 한국당에도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손 대표는 “자유한국당은 창원 경제를 말할 자격조차 없는 정당”이라며 “지난 2016년 경남의 경제 성장률이 0.2%로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창원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근로자 수가 2016년 3분기부터 작년 2분기까지 2년 동안 연속 감소할 때 경남도지사, 창원시장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한국당을 향해 “예나 지금이나 경제와 민생 살리기가 아니라 수구적인 이념 논쟁, 권력 싸움에만 골몰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창원성산의 경우 민주당과 정의당 후보단일화 결과 발표 직후인 25일 오후 5시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은 만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과 유선전화 임의 전화걸기 방식을 병행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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