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삼구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번 기회로 채권단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 같은 요청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전날(10일) 산은 측에 제출했다.

금호그룹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안 제출에 대해 “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은과 협의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성심성의껏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은에 따르면 자구안에는 박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고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을 비롯한 그룹사 자산 매각으로써 지원 자금 상환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박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박 전 회장의 아내와 자녀가 보유한 주식 13만3900주(4.8%)다. 금호타이어 담보 지분 해지 시 박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보유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룹은 또한 자구계획에 따른 경영 정상화가 3년 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산은에 5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지원도 요청했다.

그룹의 핵심계열사 매각 조건을 걸며 경영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전 회장은 지난달 28일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감사보고서 관련 금융시장 혼란 초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그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산은 측 협조도 요청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는데, 신용등급이 하향될 경우 ABS 미상환 잔액을 즉시 조기 상환해야 하는 위기에 몰릴 수 있었다. 재무제표 수정 후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바뀌었지만 부실 여파가 커지며 금융시장에서는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룹의 이번 자구계획안마저 강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와 함께, 일정 부분 채권단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내놓는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그룹의 구체적인 자산 처분방안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계획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룹이 처음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정상화 의지를 밝힌 만큼 채권단 역시 한발 물러나 협상에 다시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호그룹의 자구계획안에 대해 채권단의 반응은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3년의 경영 정상화 기간이 줄어들거나 보다 강도 높은 목표 달성 기준 설정 및 사재 출연 등을 반영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이번 자구계획안과 산은의 요구사항을 보면 계열사의 지원보다는 대주주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계열사 리스크 해소 국면에 돌입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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