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를 기리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추모 행사가 열렸다.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희생자 수습이 이뤄졌던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는 추모객들이 팽목 바람길(약 12㎞)을 걸으며 참사의 교훈을 되새겼다.

직립 공정을 마친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 신항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항만에 세워져 있는 세월호 선체 내부를 둘러보고 나온 희생자 유가족 40여명은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애써 억누르려 고개를 숙이거나 하늘을 원망하듯 한참 동안 허공을 응시했다.

5년 전 사랑하는 손녀를 잃었다는 장모(66)씨는 “선체 내부를 직접 보니 참혹했을 당시가 떠올라 가슴이 너무 아팠다”면서 “유가족들의 바람은 하루 빨리 진실이 온전히 드러나는 것 뿐”이라고 전했다.

희생자 상당수가 다녔던 경기 안산 단원고에서는 학생회 주관으로 추모행사 ‘다시 봄, 희망을 품다’가 진행됐다. 재학생들은 추모 합창, 추모 영상 상영, 엽서 쓰기, 노란 리본 만들기, 기억교실 방문 등의 다양한 추모 프로그램으로 희생된 선배와 선생님을 기리면서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에선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제외한 일반인 희생자의 추모식이 열렸다.

일반인 희생자 45명 가운데 41명의 봉안함이 안치된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추모관 앞에서는‘4·16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전태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장은 “떠나간 고인을 만날 수 없는 현실에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면서 “제발 다음 세상에서는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곳에 태어나셔서 웃으면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일반인희생자추모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부 참석자의 거센 항의 속에 추도사에 나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사고 당시 지난 정부에 몸 담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유가족에게 사죄했다.

이날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에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261명의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을 추모하고 안전한 사회를 염원하는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이 엄중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거행됐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재단의 공동 주관으로 열린 기억식은 안산시 전역에 1분간 울려 퍼지는 추모 사이렌 속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 부총리는 추도사에서 “세월호 참사 5년이 지났어도 슬픔은 그대로다. 인사도 없이 떠나간 참사 희생자 304명 모두가 (오늘) 우리 곁에 온 것 같다”며 “대한민국은 아직 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진상규명을 못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인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5년 전 큰아들을 잃은 아빠다. 더는 내 아들을 볼 수도,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없어 그동안 지옥에서 살았다”면서 “세월호 참사 책임자를 처벌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안전사회를 건설하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했던 장애진씨는 희생된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일부 정치인들이 말하는데 정작 그런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참사를 이용하고 있다”며 “제발 국민 여러분,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인 시선이 아닌 이웃의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세월호의 목적지였던 제주에서도 이날 오후 산지천 광장에서 세월호 촛불연대 주최로 추모행사가 열렸으며, 제주국제대학교에서는 세월호 참사 단원고 학생 중 명예 입학해 4학년 졸업반이 된 7명을 위한 추모 행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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