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현진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후 첫 북러정상회담을 위해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입성했다. 김 위원장은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지지해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인 지난 24일 오후 6시(현지시간)께 자신의 전용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했다. 이날 새벽 북한을 출발해 하산역을 거쳐 12시간여를 달려 목적지에 다달았다.

김 위원장은 검은색 긴 코트와 중절모를 쓰고 전용열차에서 내려 러시아 측 인사들의 영접을 받았다. 장시간 이동한 탓에 피곤한 기색이 엿보였으나 역사를 빠져나와 50m 가량을 도보로 이동하는 사이 러시아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김 원장은 하산역에 하차해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 알렉산더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 알렉산더 코즐로프 극동개발부 장관, 올렉 코줴먀코 프리모르스키 주지사 등 현지 인사들과 만나 "오랫동안 방문을 꿈꿨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원의 호위 속에 북한에서 공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벤츠 리무진 차량으로 갈아탄 뒤 호위 차량들과 함께 역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하산에서 일명 '김일성의 집'으로 불리는 '러시아·조선 우호의 집'을 점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또한 러시아에 큰 애정을 갖고 있었다"며 양국간의 친밀함을 강조했다. 이어 "이건 단지 첫 단계일 뿐"이라며 러시아와의 관계 구축 의지를 내비쳤다.

러시아 측이 준비한 환영식을 받은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잠시 머무른 뒤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러시아도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예의주시했다. 러시아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놓고 국내 정국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 방안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북러 정상회담이 25일로 예정된 바쁜 상황 속에서 자리를 비우고 한국을 찾았다는 점에서 한러 간 전략적 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연방안보회의(SCR) 서기와 '한러 고위급 안보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러 고위급 안보회의는 이번이 다섯 번째로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 당시 이뤄진 이후 10개월 만이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정 실장과의 회의 뒤 문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 예방은 지난 2017년 9월4일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연방안보회의는 러시아 대외정책과 군사정책의 기본 방향을 마련하는 안보 관련 최고 협의체다. 한국과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격에 해당한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구(舊) 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인사로 KGB 후신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 장관을 거쳐 2008년 연방안보회의 서기관에 임명됐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러시아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파트루셰프 서기의 이번 방한은 8년 만에 열리게 된 북러 정상회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북러 정상회담의 성사 배경, 향후 비핵화 해결 방안 등 러시아의 구상에 대한 공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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