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격적인 사업군 구조조정·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본격 시동을 걸고 있어 ‘월드베스트 CJ’를 향한 그의 경영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단 분석이다.

2일 CJ그룹에 따르면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IT부문 법인을 인적분할하고, 이 중 IT부문을 CJ주식회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분할비율은 IT부문이 45%, 올리브영이 55%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CJ주식회사 지분 2.8%를 확보하게 됨과 동시에 지주사 주주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본격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을 시작했단 관측이 나온다.

더군다나 그간 미국 슈완스 컴퍼니 인수작업에 참여하고 있던 이 부장이 최근 밀키트 등을 맡는 식품전략기획 1팀으로 소속을 옮긴 것으로 나타나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이 부장은 지난해까지 바이오사업관리팀장으로 근무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이 미국의 냉동식품회사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하며,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필요한 PMI(기업 인수합병 후 통합관리)작업을 담당하는 팀에 지난해 말부터 소속, 근무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승계를 앞둔 그가 최근 잇달아 부서를 이동하게 되며, 주력 사업분야의 경험을 통해 추후 기업 경영 구상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올 연말 임원인사에서 이 부장이 임원으로 승진하게 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미국 대형 식품 업체인 슈완스를 2조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는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에 속한다. 당시 공격적인 M&A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슈완스 인수를 통해 식품사업 철학인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실현할 기반을 갖추게 된다. 또 지난해엔 미국 전역에 걸쳐 물류 인프라를 보유한 DSC로지스틱스 인수에도 성공해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경쟁에 앞서가고 있단 평이 나온다.

이 회장의 ‘광폭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룹성장·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지속적인 사업구조재편을 추진해오고 있기 때문. 실제 지난 2017년 경영복귀 이후 그는 그해 11월 CJ제일제당의 사업부문을 식품·바이오로 통폐합해 본격적인 글로벌 도약을 겨냥한 사업구조를 구축해 온 바 있다. 이런 과정에서 국내외 사업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인 대응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다시 말해 업계 1위를 달성하기 어려운 사업의 경우, 과감한 결정을 통해 투자금 마련을 위한 전략을 택한 것.

앞서 CJ는 지난해 CJ헬스케어를 매각함으로써 1조3100억원의 투자여력을 확보했으며, 글로벌 콘텐츠·커머스의 경쟁격화에 대비키 위해 CJ ENM의 통합법인을 출범시키고 CJ헬로를 매각해 8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달 30일엔 투썸플레이스의 지분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향후 외식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키로 해 그가 내세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월드베스트 CJ’를 향한 그의 체질 개선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단 분석이다.

다만 이번 투썸플레이스의 지분 매각으로 다시 푸드빌의 매각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잇따른 비주력 사업부문 정리로, 이 회장이 사업구조개편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투썸플레이스에 대한 매각 결정이 사실상 CJ푸드빌 매각을 위한 시동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CJ푸드빌 관계자는 “이번 투썸의 대한 지분 매각 후에도 15%의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로서 앞으로도 브랜드 투자 등 관계를 지속 이어나갈 생각”이라며 “CJ푸드빌 매각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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