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패스트트랙 반대하는 이유

29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펼치고 있다. 2019.04.30./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편 및 사법제도 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반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나 자유한국당은 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 이유가 주목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30일 ‘패스트트랙 4법’을 의결했다. 이 4법에는 선거제도 개편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본회의 법안 통과하기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이를 의결한 여야 4당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패스트트랙 4법’이 의결되면서 여권이 내건 공수처법을 받아들여야 하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제 개편안의 골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의석수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고정하면서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게 된다. 다만 비례대표 75석의 100%가 아니라 50%만 연동형이 적용되도록 한다.

이에 대해 정계에서는 지역구 당선자 비율에 비해 정당 득표율이 높은 군소 정당 의석은 늘어나고,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의석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총선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의석수 축소 결과를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제도)에 대해 “엉터리 검경수사권 조정안뿐 아니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우려도 확산돼 심지어 검찰이 공수처 위헌 의견까지 제출하려 한다”며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패스트트랙 지정을 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여당 일부에서 의석수를 늘리자는 말이 나오는데 대국민 사기극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힐난했다.

그의 위기감은 “좌파연합이 개헌저지선(100석)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발언에서 더욱 드러난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반대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를 위해 전날부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이름의 1박 2일 규탄대회를 진행 중이다.

이날 광주에서 연설하게 된 황 대표는 "국회의원 300석 중 260석이 말이 되나. 그게 민주국가인가. 결국 이 정부는 독단으로 국정과 국회를 운영해 독재국가를 만들고자 한다"라며 "15만명 경찰과 2만명 검찰이 있는데 도대체 공수처가 왜 필요한가.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정권에 필요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결국 의석수에 대한 위기감으로 국회 정국을 막고 있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이와 관련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에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너무나 한심했다”며 “대한민국 정치가 좋아지려면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보수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철학은 없고 이익만 앞세운다. 그들이 연동형 비례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한국당의) 의석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한국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기득권을 허문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패스트트랙이 시발점이 된 ‘자유 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은 3일 15시 현재 174만2936명을 돌파하며 연일 최다 동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반영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3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해 '잘했다'는 평가가 ‘잘못했다’는 평가보다 앞선 것으로 2일 발표됐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긍정평가한 응답은 51.9%(매우 잘했음 35.7%, 잘한 편 16.2%)를 기록했으며, 부정평가는 37.2%(매우 잘못했음 28.8%, 잘못한 편 8.4%)로 집계됐다.

아울러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5월2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36%를 기록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24%를 머문 것으로 3일 밝혀졌다.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 응답률 16%)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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