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화 기자.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국정 현안을 나눠야 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국민들의 ‘자유게시판’이 됐다.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이해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만들어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정 현안 관련' 내용이면 누구나 글을 게재할 수 있다. 게시판이 생긴 후 약 1년8개월간 수만건의 청원이 게재됐다.

국민청원은 게시 뒤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는 시스템으로, 이 조건을 채워 정부의 답변을 받은 청원은 모두 92건여 건이다.

특히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불법촬영물 유포자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로 법·제도 개선, 사회적 논의가 이뤄진 순기능 사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청와대 국민 청원이 다시금 주목 받은 것은 지난 22일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되고 부터다.

청원인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 간곡히 청원한다"며 "한국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됐음에도 걸핏하면 장외투쟁과 정부의 입법을 발목잡기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그간 한국당의 잘못된 것을 철저히 조사 기록해 정당 해산을 청구해달라"고 요구한 이 청원은 3일 15시 기준 174만2936명을 돌파하며 연일 최다 동의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한국당 해산’ 청원이 화제가 되자 곧바로 민주당을 해산 청원까지 게재됐다.

이처럼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요구를 국민청원을 통해 관철시키려는 점이 정녕 ‘국민청원 게시판’의 취지와 옳은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 공개적인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두 정당이 견제하며 너도나도 기싸움 하는 모습이 옳은지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아울러 국민청원 게시판은 특정인에 대한 마녀사냥, 편향적 주제의 게시글이 무분별하게 게재되면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연예인 수지에 대한 사형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청원자는 ‘연예인 수지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을 게재했다. 이는 당시 연예인 수지가 자신의 SNS를 통해 유명 유튜버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청원을 동의하는 인증샷을 올렸지만, 해당 스튜디오가 사건과 무관한 곳임이 알려지면서 발발했다.

당시 청원자는 "양예원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진 스튜디오가 수지의 섣부른 행동으로 여론몰이의 희생양이 되어 폐업당할 위기에 처했습니다"라며 "수지를 사형이라는 엄벌에 처해 돼지들에게 사회 정의의 본을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수지의 사형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마녀사냥이며 인간의 생명을 장난스럽게 조롱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좋은 취지로 개설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어느덧 국민들의 심심풀이 ‘자유게시판’이 됐다. 이는 정말로 국가의 목소리가 절실한 사안의 중요성을 흐리고 본질을 흐리는 행위다. 국가는 국민청원의 ‘가벼움’을 돌아보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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