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93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05.08./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시작된 균열으로 파국에 치닫는 모양새다. 이에 바른미래당을 벼랑 끝으로 내몬 패스트트랙과 그 균열 과정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5명은 김관영 원내대표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최고위원인 하태경 의원은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고위원 5명은 어제 김관영 원내대표가 한 제안을 수용하고 우리 당이 민주당, 한국당, 민평당, 어느 당이든 '합당 불가선언'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는 것을 합의했다"며 "김 원내대표는 더 이상 걱정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조기 선거를 요구한 의원 모두가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기호 3번 달고 한국당, 민주당과의 연대 통합 없이 선거 나가서 심판 받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면 그만둘 것"이란 발언에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그간 패스트트랙 문제가 대두되자마자 지도층인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내홍이 깊어져왔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지난 3월 2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극명한 찬반의 대립으로 결렬된 바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저는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안 된다고 분명히 얘기했었다”며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등은 권력기관의 문제라 당에서 충분히 안을 내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도 있지만, 선거법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유 의원와 같은 의견인 이언주 의원도 “이런 시도 자체가 일종의, 우리 당을 와해시키기 위한 민주당의 술책과 모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18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동의 여부를 표결로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언성이 높아지는 등, 내홍만 격화된 채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는 탈당했지만 당시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아 표결권이 없던 이언주 의원은 이날 의총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막아서는 이들을 향해 "비켜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손가락질 하며 강제로 의총장을 진입하려고 했다.

결국 참관만 허락된 이언주 의원은 이 자리에서 손 대표의 당 대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재훈 의원는 "이언주 의원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라"고 반발했다.

이날 유승민 전 대표 역시 패스트트랙 반대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 참가했지만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다수 횡포로 정하는 것은 국회 역사상 합의해 온 전통을 깨는 것이고, 이 전통을 깨고 나면 선거법을 다수가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언주 의원은 이같은 패스트트랙 추인에 반발하며 결국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 그 모든 수모를 감내했지만 이제 더 이상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여기까지가 내 소임인 것 같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후에도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상욱 의원은 "국회의원 과반 날치기"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당에서 13명이 사보임을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사보임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과반 추인한 것이 뒤집힐 수 있다. 결론 날때까지 의장결재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측은 지난 7일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사보임 문제를 비롯해 정당 내 민주적 질서를 와해한 지도부의 조기 사퇴가 절실하다”며 “아무리 소규모 정당이라지만 민주적 절차 무시한 지도부는 정당 민주주의를 위해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 측은 “다음 달 있을 원내대표 선거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뽑히면 협치를 통해 멈춰버린 국회 정국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를 위해서라도 지도부의 조기 사퇴가 하루빨리 이뤄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바른미래당 지도부 퇴진 논의를 위해 소집될 의원총회를 앞두고 손학규 대표는 "사ㆍ보임 문제로 논란 많았지만 김 원내대표 임기가 불과 한 달 조금 넘게 남아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들이 널리 양해하고 당의 앞날을 위해 통 크게 배려해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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