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 씨./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의혹의 ‘장자연 리스트’ 사건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2009년 3월 배우 장자연 씨가 성접대 리스트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부실수사와 ‘봐주기식’ 수사로 논란이 됐다. 결국 10여년이 지나서야 재수사 가능성이 점화됐지만 끝내 무산됐다. 하지만 장 씨 사건에 대해 '조선일보'의 외압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전히 논란이다.

◆'장자연 리스트', 부실수사 논란에 히든카드 '윤지오' 등판했지만...

장자연 리스트 의혹 사건은 지난 2009년 3월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특히나 장 씨가 당시 목숨을 끊기 전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은 내용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겼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후 장씨가 성 접대 요구, 욕설 및 구타 등을 당해왔다는 ‘장자연 리스트’가 퍼지면서 이에 대한 수사가 착수됐다.

당시 알려진 바로는 ‘장자연 리스트’에 재벌 그룹 총수, 방송사 프로듀서, 언론사 경영진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러나 처벌을 받은 건 장씨 소속사 대표 김 씨뿐 이었고, 함께 거론돼 왔던 유력 인사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현재까지 진상 은폐 의혹이 제기 됐고 결국 공소시효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로 재수사 가능성이 점화됐다.

특히나 이번 재수사 가능성은 장 씨의 생전 동료 배우 윤지오씨(33·본명 윤애영)에 의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윤 씨는 이 사건 핵심 증인을 자처하며 수차례 조사에 응한 바 있다. 윤 씨가 장 씨의 유서를 유일하게 봤다고 주장한 것. 그러나 이후 윤 씨의 증언이 진실공방에 휩싸이면서 장 씨의 재수사 가능성은 점점 불가능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사위 "재수사 권고 불가능"

결국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20일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재수사 권고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사위는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최종 회의에서 장자연 사건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과거사위는 먼저 당시 수사의 미흡한 점을 인정했다. 과거사위는 김씨의 술접대 강요 의혹에 대해 "김씨의 강요, 강요미수, 협박,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은 수사미진“이라며 과거 수사의 미흡한 점을 인정했다.

이어 과거사위는 "2008년 9월부터 김씨의 술접대 강요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음에도 수사검사는 '장자연 문건' 내용이 모호하고 윤씨가 직접적 폭행, 협박을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했다"며 "수사미진에 해당하고, 수사검사가 강요 부분을 전체적으로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처분한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위는 조선일보의 ‘방 사장’ 관련해서도 수사의 미흡성을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방사장'과 대표이사 방씨가 무관하다는 점에 치중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며 "문건 속 '방사장'이 누구인지, 장씨가 호소한 피해 사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씨가 문건에 언급한 폭행과 피해 등은 사실로 확정됐으며, ‘조선일보 사장 아들’에 대한 성접대 등도 확인 됐음을 전했다. 해당 문건 역시 신빙성을 인정했다.

다만 과거사위는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장 씨가 문건을 통해 언급한 사실들이 신빙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이름이 언급된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에 대해 과거사위는 "윤지오씨를 제외하고 문건을 본 나머지 사람들은 이름만 적힌 '리스트'는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리스트의 실물을 확인할 수 없고 문건을 본 사람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술접대 성상납 강요 의혹 중 유일하게 처벌 가능성이 남은 특수강간이나 강간치상 혐의에 때한 처벌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는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 역시 재수사 권고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의혹만 남은 '조선일보'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당시 수사에서 ‘조선일보’의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경찰청장과 경기청장을 찾아가 방○○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였고, 특히 경기청장에게는 단체의 위력을 보여 협박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앞서 대검찰청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은 “2009년 당시 조선일보사 경영기획실장 강○○, 경영기획실 직원 최○○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조선일보사가 경영기획실장 강○○을 중심으로 대책반을 만들어 장자연 사건에 대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과거사위에 보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단은 “전 경기청장은 조사단 면담에서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자신을 찾아와 방○○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하면서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 번 붙자는 겁니까’라고 말하며 자신을 협박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사실인 것으로 인정된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윤지오 씨 역시 지난 3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초로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며 “(장자연 리스트를) 딱 한 차례 봤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이 나는 이름도 물론 있고 아닌 이름도 있다”면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언론사의 동일한 성을 가진 세 명이 거론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윤 씨는 과거 경찰 조사 당시 위험하게 운전하며 끝까지 쫓아오며 미행한 언론이 있었다며 "언론사 차량이 아예 (로고가) 프린팅이 돼 있는 차를 가지고 쫓아왔었어요"라고 밝혔다. 윤 씨에 따르면 무언의 '협박'에 해당하는 미행 차량에 명시된 로고는 ‘조선일보’였다.

이와 함께 윤 씨 측 변호인인 차혜령 변호사는 같은 달 윤 씨와 함께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출석해 "조선일보사 관련 인물 3명에 대해서도 참석자 문건에서 확인한 인물에 대해 명확하게 진술했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측은 "조선일보와 이동한 현 조선뉴스프레스 대표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조 전 청장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고 민사 소송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일부 인사의 일방적 주장과 억측에 근거해 마치 조선일보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발표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사실을 바로잡고 조선일보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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