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전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에 헌화한 후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을 하고있다. 2019.05.21./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여야가 서로를 ‘독재자 후예’로 지칭하면서 때 아닌 ‘독재자’ 논란에 빠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1일 "진짜 독재자는 김정은 아닌가.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하나 못하니까 대변인짓을 하지 않는가"라고 발언했다.

황 대표는 이날 인천 중구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에 헌화한 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을 진짜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이 정부는 안보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북한 퍼주기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군사훈련하려면 북한에 신고해야 한다고 하니 제대로 훈련이 되겠는가. (남북군사합의는)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황 대표는 "내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 제가 황당해서 말도 안하는 것"이라고 문 대통령의 '독재자의 후예' 발언을 비꼬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당을 겨냥한 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며 진상규명위원회 출범 지연의 책임을 국회 탓으로 돌리고 사실상 우리 당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독재자 후예’에 반발한 황 대표에 대해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서면 브리핑을 내고 "아무도 한국당과 황 대표를 콕 집어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한 적이 없다. 무엇이 그리 억울해 못 견디는지 의문"이같이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공당의 대표가 할 짓이냐"며 "황 대표의 발언은 최소한의 예의도, 기본적인 역사인식도,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도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 대변인은 "한국당과 황 대표가 '독재자의 후예가 아님'을 증명하고 싶다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역사인식을 천명하고, 5·18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적극 동참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역시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고 말한다"고 힐난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21일 "연일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발언, 그리고 국민을 편가르는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하나의 막말이 또다른 막말을 낳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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