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채널로 무분별하게 보험상품 가입 행태 '경고'

전우현 한국법학회장이 지난 14일 한양대학교 법률대학원 교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주애 기자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보험산업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보험시대를 맞아 비대면 채널로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보험상품도 ‘가성비’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소위 2030 젊은 층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 등으로 보험상품을 접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를 만나지 않아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실손의료보험 뿐 아니라 장기 보장성보험인 암보험, 치매보험 등도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충분한 이해 없이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이른바 '보험 쇼핑'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양대 캠퍼스에서 전우현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전 교수는 지난달 26일 한국보험법학회 제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전 교수는 “IT기술의 발달 등으로 비대면 거래로 보험상품을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보의 비대칭이 생기지 않게 충분히 설명을 듣고, 고객은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보험상품을 가입해야 한다. 보험이 생각보다 복잡하다. 노트북 등을 홈쇼핑에서 구입하듯이 보험 가입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온라인만으로 보험영업을 할 경우 분쟁의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미니보험을 가입할 때 아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회사들은 최근 1만원 안팎으로 소액·단기보험, 이른바 미니보험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온라인, 스마트폰 앱 등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대되는 추세에 따라 다양한 경로로 미니보험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전 교수는 미니보험을 가입할 때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고, 갖고 있는 보험과 겹치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렴하다고 해서 저축성으로 무작위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몇 천원짜리 보험료를 내서 1000만원 가량 보험금을 탈 수 있다면 누구든 혹할 수 있다. 신종 보험기업이다. 하지만 보험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보상할지 아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내는 보험료가 2000~3000원이라도 지급되는 1000만원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보험료가 그쪽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 금액으로 어느 정도 보상이 되는 것인지, 보상을 전부하지 않고 일부만 하는 것인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해보험의 경우 보험금은 진단금, 입원비, 치료비, 간병비 등이 있다. 미니보험은 대부분 진단금만 지급하는 등 보장범위가 크지 않아서 보험료가 저렴한 편이다. 전 교수는 어느 누구도 아플 때 진단금만 받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다양한 혁신금융 차원에서 다양한 보험상품이 판매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핀테크 기업 등 중소기업이 결혼식종합보험, 티켓비용보상보험 등 ‘소액·단기보험업’을 할 수 있도록 활로를 뚫어준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은 보험업을 위한 기본 요건을 충족시킬 경우 최소 자본금을 3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2월 발의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최소 필요자본금이 보험에 따라 50억~200억원으로 규정돼 있다. 종합보험사들은 자본금이 기본적으로 300억원이 넘는다.

금융위는 펫보험, 여행자보험 등 실생활에 밀착된 소액·단기보험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보험사 설립을 독려하고 있다. 새로운 보험사를 만들어 보험업권의 경쟁을 촉진하다는 목적이 크다.

2013년 말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보험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출범했다. 생명보험사에 이어 올해는 손해보험사도 인터넷전문보험회사가 나온다.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해보험을 설립하고 오는 7월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캐롯손해보험은 자본금이 800억원이 넘는다.

전 교수는 보험업 진출을 위한 규제완화에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규제완화는 좋지만 헌법에 명시된 영업의 자유, 직업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시장의 질서를 깨서는 안 된다. 특히 보험은 적은 자본으로 가능할까. 그것이 계약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런 것들이 우려된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 (어느 정도 규제완화는)괜찮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 자본규모는 보험업법에 규정돼 있다. 어느 정도 적정하다고 판단해서 금액이 정해진 것. 그것을 파격적으로 줄여주는 것은 걱정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험금 지급여력이다. 보험금 지급을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다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보험법학회는 유일한 보험법전문 학술단체로 2006년 출범했다. 전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7년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전 교수는 초기 보험법연구회 회원 및 한국보험법학회 창립 멤버이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위원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 금융위원회 자체 규제심사위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전 교수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분쟁조정원 약관심판위원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로스쿨 변호사시험 위원, 한국상사판례학회장, 서울대 법대 총동창회 사무처장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의견을 내 보험연구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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