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 대비 싸다' 유혹…사업 지연·추가 분담금 등 주의

서울 은평구 일대 항공사진./사진 = 네이버 지도 캡처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서울 전역으로 고가 아파트가 확산되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지고 있다. 도심권을 벗어나 고양시와 맞닿아 있는 은평구 역시 집값이 치솟은 지역이다. 고분양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이 지역에서 지역주택조합이 속속 조합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마치 조합원 모집가격이 확정가격인 듯 수요자를 현혹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은평구에서는 최근 ‘신사 트리젠 벽산블루밍’, ‘새절역 금호어울림’, ‘한양립스 뉴트로시티’ 등이 조합원 모집에 나섰다. 여기에 ‘연신내역 트리플파크’도 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이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주변 시세 대비 20% 이상 저렴한 분양가,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상 확장, 각종 옵션 무상제공 등을 내세우며 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시세차익이다. 한 사업지는 3.3㎡당 1200만원대에 조합원 분양가를 책정했다며 수억원의 시세차익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공급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조합원 자격 요건은 주택조합설립 인가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의 입주 가능일까지 주택을 소유하지 않거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1채 소유한 세대주여야 한다. 또 조합설립 인가신청일 현재 동일한 시·군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해 온 자여야 한다.

다만 지역주택조합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분담금 조정 여지가 있고 조합원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사업 추진 도중에 조합원 지위를 임의로 탈퇴하는 것 역시 금지되어 있다.

실제로 서울 소재 한 지역주택조합은 수년째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해당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수천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낼 것을 요구한 상태다. 토지 매입을 다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비마저 부족해진 것이다. 이 경우 조합원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추가 분담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단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조합원 신청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장단점이 분명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은평구에 집중된 것은 이 지역에 최근 공급된 아파트들이 고가에 분양되면서 집값을 끌어올린 탓이다. 실제로 은평구 집값은 2008년 3.3㎡당 1071만원에서 지난해 1730만원으로 급등했다. 올 들어서는 1742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은평구 역촌동 일대 한 개업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일반분양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녹번역 일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가격이 급등해 은평구도 새 아파트 가격은 높은 편이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집을 살 수 있지만 분양시점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에 분양한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778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3.3㎡당 2568만7000원꼴이다. 전년 동월 대비 13.84%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국민주택형인 전용면적 85㎡ 이하 물량에서 분양가격 상승이 급격히 이뤄졌다. 60㎡ 초과 85㎡ 이하의 경우 단위 면적당 분양가격이 가장 높은 827만2000원에 이른다. 전년 동월보다 171만3000원이나 오른 것이다.

이처럼 분양가격이 치솟으면서 서울에서도 미분양 사업지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분양한 ‘광진 e편한세상 그랜드파크’,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등에서 미분양이 나온 결과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 분양시장은 고분양가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시세차익 기대감이 여전히 강해 시행사에서 분양가를 낮출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여기에 미계약분에 이른바 ‘현금 부자’들이 몰리고 있어 당분간 고분양가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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