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차명진 부천소사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자식 죽음 징하게 해쳐먹어'라고 막말을 하는 등 한국당발 논란이 계속 일자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나경원 원내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최근 정계가 여야를 막론하고 막말 정치로 물들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막말의 수위에 바른미래당은 “최근 국민들은 ‘막말의 정치학’에 큰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막말 정치’의 수위가 심해진 것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이 시작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 달서구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에 대해 “요새 문빠, 뭐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거 아시죠?”라고 발언했다.

‘달창’은 스스로를 ‘달빛기사단’이라 칭하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폄하하는 표현이다. 특히나 ‘달창’은 여성을 비하하는 언어의 합성어로서 더욱 큰 지적을 받았다.

이어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YTN 방송 '더뉴스-더정치'에서 "상처가 났는데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방치해 상처가 더 커지는 병이 한센병"이라며 "만약 문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들의 고통을 못 느낀다면 이를 지칭해 의학용어를 쓸 수 있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이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 의원은 ‘의학적 용어’라고 반박했지만 결국 다음날인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계에서는 때 아닌 ‘독재자’ 논란이 일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을 찾아 헌화한 뒤 “독재자의 후예는 누구냐. 지금 이 정부가 저희를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김정은에게 진짜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씀해달라. 진짜 독재자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 지금 ‘대변인’이라고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발언한 것에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당을 겨냥한 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수위 높은 ‘막말 정치’에 국민들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22일 게재된 국민 청원은 최종적으로 183만19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금까지 게재된 청와대 국민청원 중 역대 최다 동의다.

이 청원인은 “의원들의 국민에 대한 막말도 도를 넘고 있으며, 대한민국 의원인지 일본의 의원인지 모를 나경원 원내대표도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었음에도 걸핏하면 장외투쟁과 정부의 입법 발목잡기를 하고, 소방에관한 예산을 삭감하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하며,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를 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그간 한국당의 잘못된 것을 철저히 조사 기록해 정당 해산을 청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막말 정치’에 대해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거대 양당의 ‘막말’과 ‘막장’이 뿜어내는 정치 공해가 정말 미세먼지보다 심각하고, 숨이 막히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막장’을 보는 국민들 기분이 참 불쾌하고 씁쓸하기만 하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대변인은 “최근 국민들은 ‘막말의 정치학’에 큰 염증을 느끼고 있다.”며 “막말이 막말을 낳는 ‘막말 퍼레이드’에 제발 종지부를 찍자고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한데, ‘짓’이라는 말에 ‘짓’이라는 말로 주고받는 행태를 보니 정말 우리 정치가 막장을 찍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막말’과 ‘막장’의 정치 공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역시 지난 22일 하태경 최고위원이 손학규 대표를 향해 "민주투사가 영원한 민주투사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이 되면 독재도 하고, 당 대표가 되면 당 독재도 한다"며 "개인 내면의 민주주의가 가장 어렵다.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고 ‘막말’ 했다.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안건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당무 거부나 마찬가지다. 계속 당무 거부를 지속할 경우 또 다른 대안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막말 정치’에 대해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지난 22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사실 정치인들이 막말을 애용하는 이유가 말씀하셨듯이 먹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사실은 정치인의 언어 수준이 그게 바로 우리 국민들의 언어 수준이라고, 우리는 이 사실을 정말 아프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정치인들이 막말을 하는 걸 보면서 우리 사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언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이런 것을 고민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막말이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은 절대로 막말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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