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렬 전 회장 ‘책임론’ 대두…코오롱, 행정소송 예고

지난 28일 식약처 발표 직후 코오롱생명과학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캡처.

[월요신문=이명진 기자]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시장 퇴출로 코오롱그룹을 둘러싼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아래 혁신신약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결과적으로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은 31개 품목 중 허가가 취소된 최초의 약이란 오점만 남긴 꼴이 됐다. 해당 피해가 환자들을 비롯해 소액주주들에게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 속 상장폐지·기술수출 계약 파기 등이 거론되며 이웅렬 전 회장의 책임론으로 까지 대두되고 있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키로 했다. 인보사의 주요 성분 가운데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당시 코오롱 측이 제출했던 자료가 허위로 확인 됐다는 게 이유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인보사의 2액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임을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전달받아 식약처에 통보한 뒤 지난 3월 31일자로 자발적인 판매중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며 “이후 당사는 식약처의 실사 과정에서 자료제출 요구·현장실사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협조해 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17년전 새로운 신약개발에 나선 코오롱티슈진의 초기개발 단계의 자료들이 현재 기준으로는 부족함이 있어 결과적으로 품목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으나 조작이나 은폐사실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식약처의 취소사유에 대해 사측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여 행정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 당사는 인보사의 안전·유효성 자료들을 바탕으로 2액 세포의 특성분석을 완벽하게 수행한 후 절차에 대해 식약처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상폐심사·국고 환수…계약파기 가능성까지

한국거래소가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식 거래를 재개하기로 한 가운데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회부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폐지위기에 놓였다.

코스닥시장의 상장 규정을 보면 상장 관련 제출 서류의 주요 사항이 허위로 기재됐거나 누락된 내용이 있을 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장폐지 할 수 있다. 또 거래소 심사 결과 상장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적자 규정’에 의한 폐지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다. 티슈진의 경우 인보사 개발에 투자한 비용으로 인해 이미 2016년 39억원, 2017년 407억원, 지난해에도 329억원의 적자를 보여왔다. 때문에 적자가 지속될 시 상장 폐지 위험도 커지게 되는 셈이다.

앞서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17년 11월 코스닥에 입성, 해외기업 주식예탁증서(DR) 상장이라는 이유로 기술특례상장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4년간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다. 당초 인보사 개발을 앞세워 설립된 회사인 만큼 인보사를 제외하면 매출이 나오지 않기에 상장폐지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 여기에 설상가상, 정부가 인보사 개발에 들어간 국고의 환수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코오롱 측에 미치는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글로벌진출사업 명목으로 인보사에 82억1000만원을, 산업자원부는 바이오스타 프로젝트로 52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인보사 개발이 본격 시작된 1999년부터 투입한 초기 지원금까지 합치면 총 139억원이 넘는 연구비가 지원된 것. 현재 복지부는 연구심의위원회를 열어 사실관계를 확인, 환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오롱 측이 그간 성사시킨 계약들도 줄지어 파기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다국적 제약사 먼디파마와 6677억원의 일본 시장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지난 3월엔 이미 계약금 300억원 중 절반인 150억원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진다. 그러나 인보사 인허가나 성분에 문제가 생기며 계약 자체가 파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 /사진=뉴시스.

◆ ‘먹튀논란’…이웅렬 책임론 부상

인보사는 이 전 회장의 대표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회장은 1996년 회장에 취임 직후 그룹 바이오 사업을 총괄해 왔다. 일찌감치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만큼 그는 신약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인보사가 식약처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을 때 까지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그간 인생의 3분의 1을 인보사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인보사를 ‘넷째 딸’이라고 부를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28일 돌연 총수직을 내려놓으며 업계에선 이 전 회장이 이미 사태가 커질 것을 예견, 거액의 퇴직금을 챙겨 사퇴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곤 했다. 이런 상황 속 지난 28일, 인보사의 허가 취소 및 허위자료 제출, 형사고발이라는 결과를 맞으며 그의 책임론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는 상황.

실제 코오롱생명과학을 비롯한 티슈진은 이 전 회장의 지분과도 연관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그는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율 49.7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와 함께 코오롱생명과학 지분은 14.4%를 보유하고 있다. 또 코오롱티슈진의 역시 17.83%로 최대주주로 돼 있다. 때문에 인보사의 개발자인 이 전 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인보사 문제의 경우 안전성 문제를 넘어 기업 신뢰도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이 전 회장이 직접 나서 사태에 해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뿔난 소액주주·환자들 ‘소송 제기’

주가 폭락으로 뿔난 소액주주들은 집단소송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코오롱티슈진 주주 142명은 지난 27일 코오롱티슈진을 포함한 이우석 코오롱티슈진 대표 등 9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6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인보사 파문으로 불거진 소액주주들의 피해액은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 역시 단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오킴스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한 인보사 투약 환자 244명의 손해배상 청구 공동소송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국내에서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는 총 3707명에 달한다. 때문에 이번 품목허가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하는 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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