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시공 중인 싱가포르 T301 공사현장 전경./사진 = GS건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올 하반기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 2.4%로 하향 조정했고 산업연구원도 2.4%로 낮춰잡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 효과를 감안해 이전 전망치인 2.5%를 유지했다.

건설·부동산 역시 하반기에도 불안한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 강화에 대한 우려, SOC 예상 증대 등으로 인한 토목건설 부진 완화 기대감이 혼조해서다. 여기에 해외수주도 상반기 신규수주가 반토막 나면서 불안감이 역력하다.

우선 부동산시장은 6월 들어 집값 바닥론이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일시적 현상일뿐이란 분석이 대다수다. 또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정부의 추가 규제도 우려된다.

이달 주택 매매시장에서는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서울 집값이 반등했다. 정부는 하향 안정세를 향하던 집값이 반등세로 돌아설 경우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근 집값 상승은 일부 지역에서 급매로 나온 물량이 소진되면서 일어난 현상인 만큼 당장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집값이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8~23일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3.6%는 올해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이 0%일 것으로 봤다.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란 응답은 26.4%, 내린다는 응답은 20.0%였다.

주택 거래절벽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710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했다. 최근 5년간 5월 평균과 비교하면 33.6% 적은 수치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제둔화 상황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의지가 확고해 집값 반등이 지속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금리인하 조짐이 있지만 금융규제가 여전하고 공시가격 인상도 이어져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 강화 효과도 지켜봐야 한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변경했다. 비교사업장의 평균분양가 또는 평균매매가격 기준 100~105%를 초과하지 못하게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분양가 문턱에 걸린 일부 단지의 사업 지연이 예상된다.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경우 후분양으로의 전환을 검토 중인 곳도 있다.

이 여파로 건설사들의 연간 분양계획도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분양 전환 시 기존 수주계약 내용 변경, 자금조달 계획 마련 등 시간이 필요하다"며 "몇 개월의 시차가 예상되지만 금융비용 고려 시 분양일정이 무리하게 연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료사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의 하반기 분양계획은 안갯속이다.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분양가 심사 문제 등으로 사업 지연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단 3분기 중에는 약 5만9000여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부동산시장분석업체 부동산인포는 전국에서 오는 7~9월 5만9746가구(아파트 기준, 임대제외)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8.2%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상반기 사업이 지연된 수도권 물량이 전체의 57.8%에 달한다. 지방광역시는 1만5173가구, 지방중소도시는 1만13가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시기를 조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반기 미뤄진 사업장도 있고 분양가 심의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아 당초 분양계획보다 실제 공급이 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아직 첫 분양조차 못 했다. 지금은 시장 분위기를 보며 적절한 시점을 보는 중으로 예년처럼 분양계획이 이렇다저렇다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축인 해외건설은 신규 수주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하반기 일부 대형 현장의 수주가 기대되고 있지만, 지난해 말 예상했던 것과는 수주환경이 달라져 불안감이 엿보인다. 실제로 올 상반기 해외수주는 반토막이 났다. 중동 등에서 발주지연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4일 현재 해외건설 수주액은 9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최대 35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무색한 수치다.

이는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동을 중심으로 대형 플랜트 발주가 지연된 영향이 크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도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을 뒤흔들어서다. 또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가 다시 강화되면서 이란 진출길도 막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대엔지니어링, 쌍용건설, 현대건설 등이 수주에 성공하며 회복 기미를 보인 점이다. 유가상황도 개선되고 있어 중동을 중심으로 상반기 지연됐던 대형 사업의 발주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중동지역에서 100억달러 내외의 수주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이라크 등 주요 지역에서 70억~8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수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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