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5G 속도 1등’ 주장에 SKT·KT ‘반박’
광고법 위반, 공정위 고발도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가 26일 오후 KT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백브리핑 자리에 참석해 5G 속도 품질 측정과 관련, 설명하고 있다./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5G 가입자 유치 전쟁이 한풀 꺾이자마자 이제는 속도 등 품질 전쟁이다. 서울 지역 5G 속도 ‘1등’을 광고한 LG유플러스로 인해 이동통신 3사가 속도 품질을 두고 진흙탕 싸움에 나섰다.

KT와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의 ‘속도 1위’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는 속도 측정과 관련해 조작설까지 제기된다. 결국 LG유플러스는 속도 품질에 대한 공개 검증을 제안하겠다고 나섰다.

◆LGU+ “우리가 속도 1등”…KT·SKT “수긍 못 해”

이번 5G 속도 전쟁은 LG유플러스가 포문을 열었다. 이달 LG유플러스는 속도 측정 앱인 ‘벤치비’로 측정한 결과, 서울 주요지역 50곳 중 40곳에서 자사 5G 속도가 1등을 기록했다는 내용을 담은 ‘비교불가 한판붙자! : 5G 속도측정 서울 1등’ 포스터를 대리점에 배포했다. 또 지난 24일 한 일간지를 통해 서울 주요지역 186곳 중 181곳에서 자사 5G 속도가 가장 빨랐다는 기사형 광고도 내보냈다. 지난 21일에는 ‘LG V50 씽큐’를 통한 5G 속도 측정 결과, 서울 주요 지역 6곳에서 LG유플러스 5G 속도가 가장 빨랐다는 기사도 있었다.

KT와 SK텔레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 사업자는 전날(26일) 오후 잇따라 백브리핑 행사를 열어 LG유플러스의 광고 내용을 비판, ‘절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KT는 LG유플러스의 광고가 표시광고법 위반이라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계획이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는 “최근 LG유플러스가 5G 서울 속도 1등이라고 광고,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데 대해 절대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는 대학로·광화문·여의도·강남역·코엑스·천호동 등 서울 주요 지역 6곳에서 반대로 ‘갤럭시S10 5G’로 속도를 측정한 결과, LG유플러스의 5G 속도가 가장 부진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되는 5G 스마트폰은 갤럭시S10 5G, LG V50 씽큐 두 모델로 마켓 쉐어는 8:2다. 김 상무는 “6개 모든 지역에서 갤럭시S10으로는 오히려 LG유플러스가 통신 3사 가운데 5G 속도가 최하위인 것으로 측정됐다”며 “LG유플러스 장비에는 V50이 잘 맞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공정한 결과를 위해서는 더 많은 고객이 사용 중인 갤럭시S10 5G로 측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서울 주요 대학 몇 군데서 V50으로 측정한 결과를 보면 유독 고속 데이터 카운트가 많다. (이를 통해 평균치를 높임으로써) 전체적으로 측정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KT는 벤치비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인 측정전용 시스템 ‘드라이빙 테스트’로 연세대, 홍익대, 한양대 등 3개 대학 지역에서 5G 품질을 비교했다. 김 전무는 “5G 동작률, 다운로드 속도 등 이동 측정에서는 우리가 가장 앞선다”며 “품질은 속도 만이 아니라 커버리지를 곱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으로, 이동 측정 기회가 많아지면 3사의 품질 비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SK텔레콤 기자실에서 진행된 5GX 네트워크 스터디에서 류정환 SK텔레콤 5GX 인프라 그룹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고은별 기자

SK텔레콤 역시 KT가 백브리핑을 한 지 두 시간만에 ‘5GX 네트워크’ 관련 스터디를 열고 “인정할 수 없는 결과”라며 LG유플러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인프라 그룹장은 “품질을 바라보는 기준은 속도 측면에서 보면 다운로드 속도, 스트리밍 속도, 최고 속도 등 여러 가지”라며 “하나의 대푯값으로 품질을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5G 품질 측정시 사용자의 위치, 측정 방법, 단말 종류, 주변 혼잡도 등 다양한 조건의 영향을 받는 만큼 객관적인 품질 비교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K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인 측정전용 시스템 드라이빙 테스트로 5G 품질을 측정한 결과 가장 우수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드라이빙 테스트가) 객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KT가 낫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동점을 보면 우리가 이기는 곳이 많다”고 주장했다.

◆“3사 5G 속도 품질 공개 검증하자”…갈등 격화

두 사업자의 반격으로 LG유플러스는 ‘이통 3사 5G 속도 품질 공개 검증’ 카드를 꺼내 들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의 속도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개 검증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벤치비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경쟁사 주장에 대해 “벤치비는 국내 대표 모바일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으로 100만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벤치비는 사용자가 측정을 하지 않아도 주변의 평균속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측정시 장소설정 기능을 추가해 장소별 측정 이력을 구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2005년부터 통화품질을 시작함에 따라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벤치비는 통화품질 관련 신뢰성과 공신력을 인정받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경쟁사가 제기한 것처럼 LG유플러스가 임의로 주변의 속도를 높이는 등 행위를 통해 결과값을 왜곡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V50 단말로 속도 측정을 한 이유는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최근에 출시한 단말을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5G 속도 품질을 두고 이통 3사의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속도 검증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통 3사가 5G 구축 초기 단계에서 무의미한 속도 경쟁 대신 커버리지 확대를 통한 품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인터넷 휴대폰 커뮤니티에는 5G가 제대로 터지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5G 연결 불안정으로 5G 스마트폰을 구매하고도 LTE 모드를 사용하는 고객도 적지 않아 이번 속도 품질 경쟁은 소비자에겐 불필요한 논쟁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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