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부산저축은행 피해 구제 불투명…“대법원 상고할 것”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부산저축은행 채권 6500억원이 걸린 ‘캄코시티’ 관련 캄보디아 현지 소송에서 패소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9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월드시티사가 예보를 상대로 낸 지분반환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재판부가 월드시티 손을 들어줬다.

예보는 “판결문을 송부 받는 즉시 2심 재판부의 판결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반박할 수 있는 주장과 법리를 명료하게 밝혀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부산저축은행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캄코시티 사업을 하려던 한국인 사업가 이 모 씨가, 부산저축은행 파산으로 예보 몫이 된 이 사업 지분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이다.

이 씨는 국내법인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를 두고, 캄보디아 현지 법인인 월드시티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사업에 투자한 돈은 2369억원에 달한다. 투자 당시부터 무리한 대출이라는 지적이 많았으나 강행됐다. 대출자금은 부산저축은행이 고금리로 유혹해 끌어모은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로부터 나왔다.

그러나 캄코시티 사업은 분양에 실패하면서 중단됐다. 부산저축은행도 캄코시티를 비롯한 과다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로 결국 지난 2012년 파산했다.

부산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예금자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 등 피해자가 3만8000명이나 나왔다. 예보가 월드시티에서 받아야 할 돈은 원금 2369억원에 지연이자를 더해 6500억원에 달한다. 예보가 이 자금을 회수하면 투자자 피해 구제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

예보 측은 이번 소송이 이 씨가 사업에서 예보 영향을 벗어나려고 하는 ‘사업 지분 반환 소송’이며, 6500억원 ‘대출채권’의 시효가 사라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보는 “2016년 대법원 대여금청구소송과 2017년 대한상사중재판정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 예보가 대출채권 집행권원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월드시티는 예보 자산 회수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예보가 관리하는 캄코시티 자산 지분 60%를 반환해달라며 2014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예보는 1·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2심이 다시 진행됐다.

캄보디아에서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했을 때 항소심이 이를 따르지 않고 또다시 뒤집는 일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판은 대법원과 항소심을 수차례 오가면서 6년째 진행 중이다.

재판부가 예보 측에 불리한 결과를 내림에 따라 저축은행 피해자에 대한 피해액 배당은 상당 시일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또 월드시티 대표 이 씨의 국내 송환도 당장 어렵게 됐다. 예보는 채권 회수를 위해 이 대표를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예보 관계자는 “앞으로 3만8000여명 피해자의 피해 보전을 위해 캄코시티 사업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며 “재판 결과와 별도로 대검찰청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 등과 협조해 인터폴 적색수배자인 이 씨의 국내 송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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