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파커 뉴욕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정부가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 대응에 대내외로 속도를 올리고 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재료 등 수출 규제 강화 문제 관련 "근거 없는 경제 보복 조치"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상품무역이사회 회의에서 백지아 주 제네바 한국 대사는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를 공식 조치 철회 요청했다.

앞서 일본 정부 측은 ‘신뢰 훼손’과 ‘부적절한 상황’을 들며 수출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백 대사는 "일본이 주장한 '신뢰 훼손'과 '부적절한 상황'은 현 WTO 규정상 (무역제한)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백 대사는 이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한 개 국가(한국)만을 대상으로 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보복 조치를 위한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며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 근거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고 조치를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하면서 발발했다.

특히 이번 WTO 상품무역이사회에 백 대사가 직접 발언에 나선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WTO 상품무역이사회는 공사나 참사관급이 참석한다.

정부는 오는 23일, 24일 양일간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도 일본 경제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릴 예정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중장기 대응을 모색하고,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WTO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외교부에서 이런 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일본 측 조치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대외에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주요 대기업 30곳의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협의를 나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총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대기업 30곳과 경제단체 4곳이 청와대에 참석해 진행된다.

이번 간담회에는 현대자동차·SK·LG·CJ 등 주요 기업의 총수들과 경제단체장을 포함해 총 34명이 참석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출장을 사유로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가 참석자 기준을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으로 잡은 만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대상 품목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는 대기업들도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게 됐다. 이에 청와대는 “향후 일본의 추가 규제 조치까지 고려한 초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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