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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대법원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해도 피해 신고자가 '무고'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피해 신고자가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하는 사례에 대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부모씨(34)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행 등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해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그 자체를 무고를 했다는 적극적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내다봤다.

또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처했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했을 것'이란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점과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한 변소를 게 배척해선 안 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4년 5월 직장 선배인 B씨에게 기습키스 등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그러나 B씨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됐다.

그러자 B씨는 A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검찰이 이 역시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하자 B씨는 불복해 재정신청을 냈고, 이를 심리한 서울고법이 공소제기 결정을 내리며 재판이 시작됐다.

A씨는'B씨의 성폭행 사실이 형사상 범죄로 증명됐는지와 별개로 부씨는 피해사실을 사실대로 고소했을 뿐 무고한 사실은 없다'고 항소했다.

이를 받아들인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인정 근거로 밝 사정들은 부씨 고소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임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삼기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입맞춤 이전에 손을 잡는 행위나 강제추행을 당한 직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등은 기습추행 사실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재판부는 "설령 A씨가 사건당일 일정 신체접촉을 용인했다고 해도, A씨는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 언제든 동의를 번복할 수 있 뿐 아니라 신체접촉을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며 "B씨와 어느 정도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해서 입맞춤 등 행위까지 동의·승인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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