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명진 기자]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며 이젠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나라가 돼버렸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이어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히며, 경제보복의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한·일 간 갈등의 골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의해 촉발됐다. 한결같이 역사를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에게 있어 이번 배상은 한·일 협정에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가 감정·노골적 보복 조치를 취하는 합당한 사유가 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여지껏 민주주의·시장경제를 운운한 국가의 정부가 할 대처는 더더욱 아닌듯 보인다.

냉각된 양국관계는 대일 비즈니스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일본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는 민간 교류에도 영향을 미쳐 제품 불매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리스트가 떠돌며, 일본 여행을 취소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등 반일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정부도 대일 수출제한 등 맞대응을 검토 중인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일 대응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흘러가는 듯한 흐름은 매우 불안한 듯 보인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이에 따른 화살은 엄한 방향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소마트에 이어 대형마트까지 일본제품 판매 축소·중지에 나서며 불매운동이 유통계 전체로 번지고 있으며, 대상 품목도 맥주·담배에서 음료·과자 등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애매한 정보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일본과 무관하다거나 글로벌 기업이라고 주장하며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분위기다. 대응 반응도 제각각이다. 앞서 조지아 커피·토레타 등을 판매하는 한국코카콜라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일본산 제품과는 무관하다는 해명을 내놓은 반면 아예 업체명 자체가 거론되기를 꺼려하는 기업들도 있다. 로열티를 포함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가운데 불매 운동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제품·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치졸한 경제 보복에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는 시민들의 경우 불매운동으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얽혀있는 정치적 이유로 정작 피해를 입는 것은 애먼 기업과 국민이 될 수 있다. 애초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된 한일 간 문제는 경제적 해법에서 찾기 보단 외교적으로 풀어야 마땅하다는 얘기다. 섣부른 감정적 대응은 오히려 사태의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 정부는 서둘러 합리적 외교 라인을 가동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물론 그렇기 위해선 일본은 부당한 보복조치를 하루빨리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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