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줄 왼쪽에서 6번째부터)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원성수 공주대학교 총장이 지난 1일 공주대학교 한민족교육문화원에서 가진 '2019 KDB 글로벌 인재양성 프로그램' 수료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DB산업은행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의 재외동포 사랑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은행은 특히 고려인 학생에 집중, 일찌감치 재단을 통해 글로벌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해왔다. 이 은행이 설립한 KDB나눔재단(이사장 이동걸)은 산업은행의 출연금과 임직원 후원금 등으로 운영된다.

정지유 KDB나눔재단 파트장은 "2012년 고려인의 단기 방문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한국어 교육 등이 자리를 잡은 뒤 문화탐방 등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며 "하버드대학 등 해외에서도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실 산업은행의 고려인 학생에 대한 관심은 전임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고려인의 사회적 책임을 금융기관이 져야 하지 않느냐는 차원에서다.

2012년 1월 당시 강만수 전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우즈베키스탄에만 18만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는데, 한국에 오고 싶어도 언어 문제 등으로 못오고 있다"며 차원이 다른 사회공헌사업을 공언했다.

그해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총 258명의 학생들이 KDB 글로벌인재양성 프로그램을 거쳤다. 258명 전원이 고려인이다. 그 중 64.3%인 166명은 서울대, 연세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으로 진학했으며 KDB우즈벡 은행, 야후 미국본사, 전문의, 공공기관 중간관리자 등으로 취업했다.

올해는 고려인을 포함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필리핀 5개국으로 재외동포 학생 범위가 확대됐다.

재외동포 학생 35명과 국내 대학생 자원봉사자 11명은 4주일간 공주대학교 한민족교육문화원에서 인재양성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지난 1일 수료식을 가졌다.

산업은행은 중앙아시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확장 및 아세안 국가들과의 민간외교 차원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지평을 넓혔다고 의의를 뒀다.

고려인은 과거 강제이주 등 뼈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법 개정 전에는 고려인 4세부터 외국인으로 분류돼 만 19세가 되면 90일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등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하는 사실이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지난달부터 고려인 재외동포 4~5세의 강제추방을 면하도록 재외동포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고려인의 정착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려인 4세 문제는 한시적인 출국유예조치를 거쳐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었지만, 국적에 따라 비자발급에 차별을 두고 있다.

특히 고려인 4세들의 언어문제는 낮은 취학률과 높은 학업 중도 포기 등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고려인 후예들이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지역 국가에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많이 높아졌다고 한다.

정 파트장은 "고려인 4세는 기본적으로 4개 국어를 하는 등 언어능력이 월등하다. 연방국가에서 분리되면서 어찌보면 소수민족으로 포함되지만, 앞으로 이들이 중앙아시아 등에 진출해 국가간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인재라고 판단된다. 각국에 동문회도 있어 1년에 한번씩 학생들이 모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걸 KDB나눔재단 이사장은 "재외동포 젊은 학생들이 국가와 민족에게 미래의 길을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올해로 창립 65주년을 맞는다. 2007년 10월 당시 산은 총재였던 김창록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KDB금융그룹 출자금 50억원 등으로 산은사랑나눔재단(현 KDB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총 285억원이 넘는 기부금으로 사회책임금융에 156억5000만원, 인재양성지원 67억4700만원, 지역사회공헌 50억5200만원을 썼다. 2017년 이동걸 회장이 취임한 이후 사회책임금융과 인재양성지원 금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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